tvN 월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이 원작이라고 한다. 기획의도는 “만약, 당신의 최애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다! 다시 살게 된 열아홉, 목표는 최애 류선재를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드라마에는 최애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최애(最愛)란 가장 사랑한다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아 신조어 같은 느낌이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되어있는 오래된 우리말이다.

2009년 임솔(김혜윤 분)은 과거 불의의 사고를 겪고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결된 류선재(변우석 분)의 라디오 전화가 임솔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선재 업고 튀어. ⓒtvN
선재 업고 튀어. ⓒtvN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 곁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할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 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는 게 괜찮아질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우연히 연결된 라디오에서 듣게 된 류선재의 응원에 임솔은 눈물이 핑 돌았고, 류선재의 따뜻한 위로에 임솔은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고 그의 열혈 팬이 되었다.

임솔은 사고 이후 삶의 의욕을 잃었다. ⓒtvN
임솔은 사고 이후 삶의 의욕을 잃었다. ⓒtvN

2023년, 임솔은 류선재 밖에 모르는 선재 바라기로 살았다. 그러던 중 임솔에게 손꼽아 기다리던 이클립스의 콘서트 날이 찾아왔다. 대망의 콘서트 당일 임솔은 친구 이현주(서혜원 분)와 일찌감치 콘서트장으로 갔다.

콘서트를 몇 시간 앞두고 인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임솔은 친구 서현주에게 잠깐 갔다 오겠다며 면접을 보러 갔으나, 면접은 보지도 못했다. 인턴 담당자가 임솔을 보더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겠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임솔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사무실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이층에 있었던 것이다.

임솔에게 격려를 보내는 류선재. ⓒtvN
임솔에게 격려를 보내는 류선재. ⓒtvN

임솔은 다시 콘서트장으로 돌아가려는데, 시간은 자꾸 가는데 임솔이 탄 버스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겨우 콘서트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입장은 끝나고 문은 잠겼다. 임솔은 안내원에게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통사정했다.

안내원도 임솔의 안타까움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임에 들여보내 주겠다며 표를 보자고 했는데 표가 없었다. 인턴 면접을 보러 갔다 오면서 어디선가 표를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임솔은 콘서트 표가 없었다. ⓒtvN
임솔은 콘서트 표가 없었다. ⓒtvN

임솔은 콘서트장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입구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면서 류선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입장객들은 떼창을 부르며 환호했는데 밖에 있던 임솔도 함께 했다.

콘서트의 여운을 뒤로 하고 이제는 임솔도 돌아가야 했다. 친구 서현주는 어디로 갔을까? 임솔은 혼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임솔이 타고 가던 전동휠체어가 고장 났다. 날은 저물고 함박눈까지 내리는데 한강대교 위에서 전동휠체어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임솔은 바깥에서도 떼창을 따라 불렀다. ⓒtvN
임솔은 바깥에서도 떼창을 따라 불렀다. ⓒtvN

콘서트를 끝내고 돌아가던 류선재가 추위에 떨고 있는 임솔을 목격하고 차를 멈췄다. 임솔은 그녀 앞에 우산을 쓰고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라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 자신에게 다시 살고 싶다는 희망을 준 최애의 류선재가 눈앞에 나타나다니,

류선재는 추위에 떨고 있는 임솔에게 너무 추워 보인다며 핫팩을 쥐여 주고,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으로 눈을 막아주면서 휠체어가 고장 났느냐고 물었다. 임솔이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히자 류선재는 태워드릴까요? 그때 옆에서 빵빵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났다. 임솔은 그제야 친구가 왔네요. 류선재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박하사탕을 선물로 건네며 류선재와 헤어졌다.

꿈같은 류선재와의 만남. ⓒtvN
꿈같은 류선재와의 만남. ⓒtvN

임솔은 왜 바보같이 말도 못 했을까, 핫팩에 사인이라도 받았어야지, 그런데 함박눈이 내리므로 류선재는 우산을 주고 갔다. 임솔은 류선재의 우산을 쓰다듬으며 류선재를 만난 꿈같은 순간에 황홀해하는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류선재가 죽었다는 것이다.

34살의 류선재는 은퇴를 고민하다 호텔 수영장에 몸을 던져 사망하였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임솔은 경매로 얻은 류선재의 시계를 만지며 눈물을 흘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19살로 돌아갔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이제 시작이다. 예전에 수영 선수였던 류선재는 어깨를 다친 후 수영 선수를 그만두고 유명 가수가 되었다. 임솔은 15년 전 사고로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류선재가 임솔에게 날씨가 얼마나 좋으냐! 이런 날은 살아 보는 게 어떠냐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솔은 19살로 돌아가서 류선재에게 안겼다. ⓒtvN
임솔은 19살로 돌아가서 류선재에게 안겼다. ⓒtvN

2023년 34살의 류선재는 유명 가수가 되어 임솔 같은 사람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주었으나 정작 자신은 심신이 지쳐서 죽음을 꿈꾸고 있었다. 34살의 임솔은 긍정의 에너지로 밝고 활달하게 살고 있었으나, 임솔은 34살이 되도록 류선재를 사랑하고 류선재의 노래를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다.

34살에 인턴 면접을 보러 갔으나 사무실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층이라 면접조차 볼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해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임솔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그렇게 없었을까.

필자가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 첫 회를 우연히 보다가, 앗, 이건 아닌데 싶은 것이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임솔은 34살이 되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류선재만 사랑하고 류선재 노래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임솔은 친구 이현주가 곁에서 도와주기는 했으나, 요즘은 활동지원사가 있어서 필요한 것은 다 도와주는데 임솔에게는 활동지원사도 없었다.

면접도 못 보고 돌아 나오는 임솔. ⓒtvN
면접도 못 보고 돌아 나오는 임솔. ⓒtvN

그리고 임솔은 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었다. 그래서 방안에서는 수동휠체어를 사용하고, 밖에 나올 때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했다. 임솔을 연기하는 김혜윤은 인터뷰에서 휠체어를 많이 연습했다고 했다. 그런데 임솔 즉 김혜윤이 타는 전동휠체어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이용하는 휠체어가 아닌 것 같았다.

임솔이 이용하는 전동휠체어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아니라 다리가 좀 불편하거나 어르신들이 이동 보행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는 접이식 경량급 로보휠 전동휠체어 같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도 안 되는 고가의 로보휠 전동휠체어였다.

하반신마비 장애인은 하반신이 마비라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할 때도 다리에 감각이 없으므로 양쪽 다리를 고정해야 한다. 그런데 임솔은 두 다리를 그냥 내놓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임솔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tvN
임솔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tvN

드라마에서도 임솔이 19살로 타임슬립한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다리가 아프다는 것에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하반신마비 장애인은 욕창에 잘 걸리는데, 병원에서 욕창 수술을 할 때 초보 의사들은 마취를 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로 고민하기도 한단다.

드라마 ‘선재 없고 튀어’에서 임솔은 침대에 누워 있다가 치매 할머니가 시계를 가져가는 바람에 수동휠체어를 타고 할머니를 잡으러 나오기도 하는데, 정말 하반신마비 장애인이라면 침대에서 수동휠체어로 옮겨 타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물론 김혜윤이 장애인이 아니므로 그런 과정은 그냥 건너뛰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다.

임솔의 전동휠체어. ⓒtvN
임솔의 전동휠체어. ⓒtvN

휠체어는 그렇다 치고 정말 타임슬립으로 다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몇몇 장애인들과 ‘선재 업고 튀어’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이야기했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청춘 판타지 드라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내용이지만, 절망의 시간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한 장애인이 시절인연(時節因緣)을 이야기했다. 다쳐야 할 운명이라면 그때 그 순간이 아니더라도 다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너무 운명론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