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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의도가 무엇이든 절대 차별은 안 된다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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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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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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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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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가 무엇이든 절대 차별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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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 사진
손흥민 선수 사진 출처. ©손흥민 인스타그램
  • 최근 손흥민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발언을 통해 본 차별발언
  • 인종이든 장애든 어떤 이유로든 차별발언은 금지해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최근 해외 축구계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된 축구선수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훗스퍼의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 선수다.

손흥민 선수의 팀 동료이자 우루과이 축구국가대표팀인 로드리고 벤탄쿠르 선수는 최근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을 요청하자 “쏘니? 그의 사촌 것은 어떤가?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이는 아시아인이 비슷하게 생긴 것을 겨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 선수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의 애칭인 ‘Sonny(쏘니)’라고 표기하지 않고 일본기업인 ‘Sony’라고 잘못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이 아니라 ‘스토리’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본인이 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건지, 인지하고 있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건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아직 소속팀과 영국축구협회(FA)의 징계 등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벤탄쿠르 선수가 농담삼아 던진 인종차별 발언과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을 소개하며 ‘차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5년 전 EPL 팀인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가 본인의 SNS에 팀 동료인 벤자민 멘디 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을 게재하며 “누구게?”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에는 벤자민 멘디 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초콜릿 사진도 게재되어 있었다. 피부색을 초콜릿 색과 비교하며 인종차별을 한 것이다.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도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팀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도 “그들(비르나르두 실바와 벤자민 멘디)은 친한 친구라서 장난친 것”이라고 했으며, 피해자 격인 벤자민 멘디조차도 장난이라며 영국축구협회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영국축구협회는 어떠한 차별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에게 1경기 출장정지와 5만 파운드의 벌금이라는 징계를 부과했다.

의도가 무엇이든 차별은 안 된다

위의 두 사례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 두 사람 모두 “인종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농담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의도가 농담이고 장난이더라도 절대 ‘차별’의 의미가 담긴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차별의 의미를 담은 발언이나 행동이 농담이나 장난으로 포장되어 계속 행해질 경우,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정도는 농담으로 해도 괜찮겠지’라는 나쁜 결과만 낳을 뿐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의원들의 장애비하발언이다. 몇몇 국회의원들은 공식석상에서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앉은뱅이’,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 등과 같은 장애비하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발언들이 논란이 되고 장애인단체들에서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할 때마다 해당 국회의원은 사과를 하면서도 “그런(장애비하) 의도는 없었다”, “장애비하의 뜻인지 몰랐다”와 같은 입장을 내놓곤 했다.

이에 장애당사자들이 국회의원들의 장애비하발언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등의 내용으로 국회의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까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입장은 인종차별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영국축구협회와는 사뭇 달랐다.

법원에서는 장애비하발언과 장애차별의 문제를 인지하기보다는 원고(장애당사자)와 피고(국회의장)의 화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국회의원들이 장애비하발언을 했다는 게 그런 의도(장애비하나 장애차별)가 없었다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그런 취지로 인지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비록 그런 의도를 담고 있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하는 발언이 장애인에 대한 비하나 차별의 의미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는 안 된다.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발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그렇게 발언하는 걸 국민들이 보고 듣게 되는데, 국회의원도 그렇게 발언하는데 국민들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이 소개된 유튜브에는 장애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의미가 담긴 댓글들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국민들 중에 아직도 그러한 발언이 장애에 대한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발언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결코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러한 발언이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사회라고 해도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7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