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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재난 피해 복구는 활동지원사의 몫인가?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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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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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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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재난 피해 복구는 활동지원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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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의 입구 사진
반지하인 경우에는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베란다로 물이 차오를 위험이 크다. 뿐만 아니라 그 베란다가 물이 빠지는 구조가 아니라면 인위적으로 물을 빼내야만 하는데, 거주자가 중증장애인일 경우 그 일을 오롯이 활동지원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박관찬 기자
  • 현행은 ‘피해 예방’보다는 ‘피해 후’에 대한 내용이 중점
  • 재난 발생 시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 활동지원사에게 과도한 부담 주지 않는 방안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서울시 어느 주택의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동혁 씨(가명)는 전신마비가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매일 활동지원사가 동혁 씨의 집을 방문해서 청소와 식사 등 가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장마철이 되면 동혁 씨는 저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지곤 한다.

동혁 씨가 거주하는 집이 반지하라서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집의 베란다로 물이 들어오게 된다. 동혁 씨의 집은 구조상 베란다에 물이 들어오면 하수구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베란다로 들어온 빗물을 인위적으로 빼내야만 한다. 중증장애가 있는 동혁 씨는 어떻게 하지 못하고, 베란다에 들어온 빗물을 빼내는 일은 고스란히 활동지원사가 해야 한다.

동혁 씨는 “장마철이 되기 전에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빗물이 베란다로 들어오지 않게 조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하며, “작년에도 장마철에 비가 많이 와서 베란다에 물이 많이 차는 바람에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엄청 고생하셨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동혁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자연 재해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의 지원을 온전히 활동지원사에게 부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서비스 시간과 내용이 다 정해져 있는데, 재난 상황에서까지 온전히 활동지원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과도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동혁 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센터 장애인복지 담당자에게 문의해본 결과, 동혁 씨와 같은 사례에 대한 뚜렷한 지원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히려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크게 발생할 경우, 긴급복지지원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긴급복지지원금’을 신청하면 된다는 등의 황당한 안내를 들었다. 피해가 발생한 뒤 피해에 대한 지원을 신청하라는 것이다.

동혁 씨는 “어찌 보면 호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걸 집주인이 하지 않고 거주자가 장애인이면 활동지원사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비장애인들은 그런 일을 직접 하겠지만, 장애인은 그런 부분이 어려워서 활동지원사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게 많이 아쉽고 마음도 무거운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동혁 씨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동혁 씨에게 가사활동지원을 해 주는 활동지원사는 고령으로, 호우로 인해 베란다에 차오른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기에 많은 무리가 있다. 결국 지난해 장마철에 베란다의 물을 빼내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사고를 겪고 한동안 동혁 씨에게 활동지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동혁 씨는 “이젠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라고 불리는 시기인데, 그만큼 기후재난에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활동지원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며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를 재난 상황에 대비해서 ‘피해가 발생한 후 지원’이 아니라 정부나 시, 도 차원에서의 ‘미리 예방하는 지원’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7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