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립을 위한 작은 한걸음 소통

〔더인디고〕-이동권 이야기-장애인의 입장을 생각하자
작성일
|
2024.10.21
조회수
|
15
작성자
|
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이동권 이야기〕장애인의 입장을 생각하자

시계 사진
활동지원사가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아 장애인 이용자가 기다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이용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본인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원활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유경(가명) 씨는 대전으로 갈 일이 생겨 활동지원사와 동행하기로 하고, 기차표를 예매했다. 오전 10시 서울역 출발로 예매하고,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당일 유경 씨는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근시간 지하철의 복잡한 인파를 뚫고 9시 20분에 무사히 서울역에 도착했다. 활동지원사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약속한 30분이 되어도 활동지원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계가 35분을 가리키자 유경 씨는 활동지원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쯤인지 확인했다.

지금 서울역으로 오고 있다는 활동지원사의 말에 유경 씨는 9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한 걸 잊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활동지원사는 기차 출발시간이 10시니까 조금 여유있게 가면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면서, 9시 50분에 서울역 도착 예정으로 오고 있다는 거였다.

우선 전화를 끊은 유경 씨는 서울역 측에 예매한 표를 보여주고 유경 씨가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가 기차에 탈 수 있도록 리프트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역 직원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기차에 탑승한 유경 씨는 활동지원사에게 연락해서 서울역 내 약속장소가 아닌 바로 기차로 오라고 했다.

유경 씨는 기차에서 만난 활동지원사에게 활동지원을 계약할 때 약속시간 엄수와 본인(활동지원사)이 아니라 이용자(유경 씨) 입장을 생각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던 내용을 잊었는지 물었다. 활동지원사는 그동안 기차를 많이 타봤기 때문에 10시 출발이면 출발 10분 전에 도착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며,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을 사과했다.

하지만 유경 씨는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만 기차를 타는 게 아니라 장애인 이용자도 함께 타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가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차를 탈 때 리프트 지원 등을 위해 좀 더 여유있게 서울역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경 씨는 “그냥 대전으로 가기 전날 (활동지원사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럼 활동지원사도 전날 왜 30분 전에 도착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유경 씨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비장애인 기준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장애인이 이동하는 과정에 왜 어려움이 있는지, 왜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지를 비장애인 기준이 아니라 장애인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고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유경 씨는 “한편으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기차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문제로 기차 출발시간보다 몇십 분씩 일찍 도착해야 하는 게 좀 아쉽다”며 “청량리역에서 ktx-이음을 탈 때는 인도와 철로의 높이가 같아서 리프트가 필요하지 않았는데, 청량리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기차역이 이렇게 되면 정말 편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경 씨에 의하면, 서울역에서 리프트를 지원받아 기차를 타더라도 그것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게 아니다. 도착지인 대전역에도 도착시간에 맞춰 역무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유경 씨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리프트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하면서 리프트를 지원해야 하기에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유경 씨는 “기차를 한두 번 타본 것도 아니지만, 요즘도 기차를 타면 도착지에 다가올수록 늘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나는 앞쪽 문에서 내리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역무원은 뒤쪽 문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아예 역무원이 나와 있지 않아서 가슴 철렁했던 경우도 있었고, 기차를 타도 내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때도 있어 부담스럽기도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유경 씨는 “그렇기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자연스럽게 기차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고, 리프트와 같은 지원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면서 “그럼 나도 활동지원사와 마찬가지로 10시 출발이면 9시 50분에 서울역에 도착해도 충분히 기차를 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9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