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편의제공, 장애정도가 심하면 의사소견서ㅡ 제출 필요
- 시험주관하는 곳마다 장애인 편의제공 방법도 달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인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이 되기 위해 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법령에 따라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을 수 있다.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장애인 응시자가 필요로 하는 편의를 제공받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시험을 주관하는 곳과 공공기관 임용시험을 주관하는 곳은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매뉴얼이 같지 않다. 운영주체의 사정에 맞게 지침을 운영하는 것은 존중받을 수 있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전국의 지역마다 장애인콜택시 운영방식이 달라 이용자들이 불편함과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1. 의사소견서를 꼭 시험 전에 제출해야 하나?
공무원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가 장애정도에 따라 ‘시험시간 연장’을 편의제공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험시간 연장도 1.2배, 1.5배, 1.7배 연장으로 나뉘어진다. 여기서 1.2배의 시험시간을 연장받기 원하는 장애인 수험생은 시험접수를 할 때 해당 편의제공 유형에 ‘체크만’ 하면 된다. 반면 1.5배나 1.7배의 시험시간 연장을 신청할 경우에는 해당 유형에 체크뿐만 아니라 ‘의사소견서’를 공무원시험 주관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의사소견서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응시자가 어떤 장애가 있고, 그 장애 정도가 어떠하며, 그에 따라 장애인 응시자가 신청하려는 편의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모든 장애인 응시자에게 의사소견서를 제출하게 하는 게 아닌, 상대적으로 장애 정도가 심한 응시자에게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은 이미 장애인으로 등록하면서 장애 정도가 심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장애인증명서나 복지카드가 있다. 해당 문서만으로도 충분히 장애 정도가 어떠한지 가늠을 넘어 확인할 수 있다. 그 문서가 나오기까지 병원 진료를 비롯한 여러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시험에서 일부 편의제공을 받으려면 ‘또’ 병원을 방문해 의사소견서를 받아야 한다.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는 ‘시기’도 문제가 있다. 대개 공무원시험 접수기간부터 시험 당일 사이에 의사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병원에 가서 의사소견서를 발급해달라고 하면, 그런 중요한 문서를 금방 내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다시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고, 이미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검사들을 하나하나 다 받고 나서야 겨우 의사소견서를 받아 병원 문을 나설 수 있게 된다.
공무원시험 접수기간부터 시험 당일까지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1분 1초가 중요하고 한 글자라도 더 보기 위해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허투루 보내기 아까운 시간에 장애인 수험생은 의사소견서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이다. 그것도 금방 끝나는 일정이 아니라면 적어도 반나절은 병원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의사소견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면 차라리 제출시기를 시험 이후로 하는 방법도 있다. 시험 후에 제출하는 게 오히려 장애인 수험생들에게도 부담이 적고, 제출하지 않는다면 불합격처리 할 수도 있다.
공무원시험에서 장애인 편의제공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장애인 수험생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한다. 심지어는 같은 ‘장애인’ 수험생 중 어떤 수험생은 의사소견서를 제출하고 어떤 수험생은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불편함이 오히려 가중되는 제도처럼 인식된다.
#2. 심플한 공공기관의 장애인 편의제공
반면 모 공공기관의 직원임용시험에서 장애인 편의제공은 가히 ‘심플’ 그 자체다. 시험접수를 할 때 ‘장애인’이라면 해당 부분에 체크하고, ‘장애인 편의제공’ 필요 여부에 체크하면 그걸로 끝이다.
해당 시험공고와 접수 안내에는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없다. 즉 공무원시험의 경우처럼 장애유형별로 어떤 편의를 제공하는지, 제출서류는 무엇인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등에 대한 안내가 일체 없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장애인 편의제공’만 신청하면 끝이다.
이렇게 접수하고나면, 시험 3~4일 전 공공기관 채용담당자가 장애인 수험생에게 연락한다.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해 안내하고 어떤 편의제공이 필요한지 등의 확인을 위한 연락이다. 이 연락은 유선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응시자가 청각장애인인 경우에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공공기관은 장애인 수험생이 장애인 편의제공을 신청하면, ‘장애인’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즉 복지카드나 장애인증명서만으로 충분히 필요한 편의제공을 신청하고 제공받을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의사소견서를 받아을 필요도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무원시험처럼 장애유형별로 어떤 편의제공이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없다는 것과 편의제공 신청에 대한 안내를 유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3. 장애인에게 맞춰진 제도 필요
법령에 근거하여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고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제공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이를 각기 다르게 운영하고 안내하는 것은 개선의 필요가 있다. 공무원시험과 공공기관 직원임용시험에 모두 응시해본 경험이 있는 장애인이라면 그 불편함을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제도와 복지서비스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장애인이 온전히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제도나 복지서비스가 장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장애인에게 제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복지서비스라면 거기에 장애인이 맞추는 게 아닌, 여러 장애인에게 맞춰질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 편의제공이라는 공통분모에서도 그 내용이 달라지지 않고 통일화하여 장애인 수험생들이 편하게 그 내용을 인지하고 신청하며, 정당하게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장애인 편의제공의 모습일 것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9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