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 유일한 문자로 시각장애인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긴 훈련이 필요한 점자의 특성과 후천적 장애인이 많은 시각장애의 특성상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은 90.4%에 달한다.
이에 점자 학습이 단순히 글자를 외우는 것이 아닌 아동이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등 점자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하며, 성인기와 노년기의 시각장애인들이 직장이나 가정, 공공장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점자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최근 ‘제98회 한글 점자의 날’(11월 4일)을 기념해 장애인정책리포트 ‘또 하나의 우리글 훈맹정음’을 발간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문자인 한글 점자 ‘훈맹정음’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점자는 자신감과 독립성은 물론 사회생활의 동등권을 획득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의사소통 방법이라는 점에서 문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글 점자는 1926년 송암 박두성(1888~1963)에 의해 창안됐으며 여러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11월 4일 훈민정음과 음이 비슷한 ‘훈맹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훈맹정음은 6점식 한글 점자로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준다.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있는 63개의 한글 점자로 구성되어 있고 64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칙에 의해 만들어졌다.
또한 2017년부터 시행된 ‘점자법’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통해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국가와 공공기관이 점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했다.
이 법은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점자의 제작과 표기 방식을 표준화했다. 이는 점자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각장애인들이 어디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점자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점자의 크기, 간격, 배치 등 물리적인 표기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긴 훈련 기간·국가 차원 교육기관 부재‥시각장애인 점자 문맹 90.4%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접근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우지 못한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은 90.4%에 달한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점자는 손가락 감각으로 글을 읽기 때문에 ‘촉지 훈련’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수업을 통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목표로 하며 점자를 배우는 데 짧게는 6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점자를 배우기 위한 교육기관은 국가 차원에서 제공되지 않아 부족한 교육 공급을 맹학교나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채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이미 가정이나 교육기관에서 한글뿐만 아니라 간단한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밟는 비장애 아동들과 달리 시각장애 아동들은 한글 점자조차 익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어와 수학 학습은 큰 도전이다.
영어의 경우 기본적으로 알파벳 묵자와 점자를 함께 익히는데 알파벳 점자를 익히기 위해서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점형 차이, 100여 개에 달하는 약자를 외워야 한다. 수학의 경우에도 기호와 부호의 묵자와 점자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고 입체도형이나 그래프 같은 이미지는 촉지로 만져보거나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개념을 이해해야 하기에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75.9%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겪는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경우,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시력이 감소하고 감각신경의 이상으로 손끝의 감각이 둔해져 점자를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점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점자 조기 교육 프로그램 도입·생애주기 배리어프리 점자 시스템 강화’ 제언
장애인정책리포트는 “점자 학습은 그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어려워 학습 동기를 잃기 쉽다”면서 “점자 학습이 단순히 글자를 외우는 것이 아닌 아동이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놀이 형태의 도구가 필요하고 점자 조기 교육 프로그램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예를 들면 점자와 관련된 촉각 교구, 알파벳 점자 블록, 촉각 도형 판, 소리와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는 점자 교구 등은 시각장애 아동들이 단순히 손가락 끝으로만 점자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점자 학습에 있어 모든 감각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점자 출판 시설이 감소하고, 지원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지방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출판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시각장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점자 교재는 매우 제한적이며 그로 인해 학습 격차가 발생한다”면서 “학교 내 점자 자료를 보급해야 하며, 지역 점자 출판 시설이 해당 지역사회 맞춤형 점자 출판물을 제작하고 점역 품질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점자 시스템은 교육 분야나 일부 공공장소에서만 적용되고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정보 접근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성인기와 노년기의 시각장애인들이 직장이나 가정, 공공장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점자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6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