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한 질문이 있다. "장애인 고객에게 어떻게 진정한 필라테스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필라테스는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운동이다. 하지만 장애인 고객에게 이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 처음부터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초창기에는 장애 유형별로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에 주력했다. 고객의 장애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각기 다른 동작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 맞춤형 프로그램’처럼 보였고, 나름 성공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중 한 회원님의 한마디가 깊은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선생님, 저는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 사실 전에 했던 재활 운동이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필라테스를 가르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재활 운동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고객의 장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필라테스라는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원들은 ‘장애에 맞춘 운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이후로 장애인 고객들과 심도 깊은 인터뷰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진정 원하는 운동 경험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단순히 장애에 맞춘 동작을 원하지 않았다. 많은 고객들이 이렇게 말했다.

“물론 장애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만 하는 동작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제니처럼 우아하고 예쁜 동작을 해보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보던 필라테스 동작들을 직접 배우고 싶어요.”

 이런 의견을 듣고 난 후, 나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재구성하기로 결심했다.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동작이나 기구가 아니라, 비장애인이 배우는 것과 거의 동일한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각자의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해 필요할 때마다 보완 동작을 제공했지만, 비장애인 수업과 큰 차이 없도록 했다. 필라테스 기구와 동작도 기존의 일반적인 것을 사용하여, 회원들이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구분하지 않도록 했다.

 처음에는 내 결정이 불안했다.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정말 옳은 방법인지,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장애인 회원들도 필라테스를 장애에 맞춘 다른 운동으로 치환하는 것보다, 필라테스다운 본질을 느끼며 배우고자 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의 혁신과 발전, 진정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찾아서. ©이디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는 ‘장애인을 위한 특화 동작’이라는 것이 없다. 장애인 전용 운동 기구도 없다.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조셉 필라테스가 창안한 동작을 그대로 배운다. 필라테스의 본질을 고수하며, 회원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필요한 조정을 가미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필라테스가 본래 추구하는 정신과도 일치하며, 장애인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만약 임산부 고객이 온다면, 그들에게는 임신에 맞는 필라테스를 적용할 것이다. 시니어 고객이 온다면, 그들의 연령대에 맞는 필라테스를 진행할 것이다. 어린이나 남성 등 다양한 고객군이 방문하더라도, 필라테스를 그들에 맞게 조정해 접목할 뿐이다. 장애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공간에 온 것이 아니다.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장애에 맞춘 운동을 가르치는 대신, 필라테스를 장애인 고객들에게 맞춰 접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운동의 본질을 고수하면서도 고객의 필요에 맞춰 조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필라테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회원들은 그들의 장애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필라테스 그 자체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목표이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6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