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에이블뉴스 박선희 칼럼니스트】 석구가 사는 마을은 시골하면 떠오르는 평범한 풍경의 마을이다. 사과가 많이 나고 호수도 있고 길다란 개울도 있고 이웃 사람들은 거의 한 성당에 다니며 자신들  삶의 평온을 기원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마을이다.

석구는 그곳에서 정미소 (벼 꼅질을 까서 쌀로 만드는)를 하며 살고 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석구의 일과는 매일이  비슷하다. 자고 일어나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닭모이 주는 걸로 시작된다.

닭들이 나은 알은 한 바구니에 모아 이웃 집에 몇개씩 돌린다. 매일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를 돌며 온갖 것들에 인사를 한다. 풀들에게도 꽃들에게도, 하늘에도 개울에도 마을 입구에서 유치원 차를 타고 가는 유치원생 들에게도.

석구는 발달장애인이다. 말은 서툴어도 정미소에서 계산은 야무지게 잘한다. 쌀가마니도 번쩍 드는 석구는 기운 쎈 천하장사 같다. 이웃들은 석구에게 친절하고 장난끼 넘치는 친구들도 있다.

마을에는 성당 부설 청소년 쉼터를 운영하는데 책임감 강한 소장님도 있다. 

쉼터에는 가출한 청소년이나 집에서 살지 못살 사정이 있는 청소년들이 살고있다.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어느 날, 똑 단발 머리에 화장을 하고 썬글라스를 낀 작은 여자애가 쉼터를 찾아왔다. 영화 레옹에 나왔던 마틸다처럼 당돌한 인상이다. 가출을 했으니 입소하겠단다.  이유를 묻자 아빠를 찾으러 왔다고 한다.

마을 호수에서 축제가 열리던 날, 음식만들고 먹고  왁자지껄한 잔치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도둑이야"  지갑을 누군가 훔쳐갔다고 난리통이 되었다.

마침 자리에 어울리지 못한 은지는 멀리 외따로 앉아 있다가 도둑으로 몰린다. 쉼터 보육교사가 은지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은지는 늘 메고 다니는 작은 숄더백을 뒤집어 보여야 했다. 나온 것은 작은 핀들과 틴더 같은 소녀들 화장품 뿐.

그때 저쪽에서 석구가 어떤 사람과 싱갱이 중이다. 석구와 몸싸움 을 하던 사람 주머니에서 잃어버린 지갑이 나왔다.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 이 마을에 온 은지는 쉼터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해서 속상한데 마을 사람들에게 도둑으로도 몰렸다.

너무도 울적한 기분이 되어버린 은지는 무리와 떨어져 들길을 걷는데 석구가 자꾸 따라온다.  은지가 걱정되어 따라 나섰지만 먼저 말을 걸지도 못하고. 석구 눈에 은지는 너무 귀여운 아기새 같았다.

석구가 따라 오는걸 눈치 챈 은지는 휙 돌아보며 따라 오지말라고 쏘아 붙였다. 그 모습이  더 귀여웠다. 너 바보야? 해도 고개만 가로 저을 뿐 배시시 웃기만 한다.

그날 은지의 산책길을 호위무사로 다니면서 둘은 친해졌다. 석구의 자전거 뒤에 타서 동네 구경도 하고 떡볶이도 사 먹고 인형뽑기도하고 마을 입구까지 자전거 드라이브도 갔다. 입구에 있는 아름드리 당산나무를 보며

은지는 나무에서 인형이 열리면 좋겠다는 소녀다운 상상도 이야기 한다.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이제 마을 어디서나 은지를 자전거 꽁무니에 태우고 다니는 석구를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아빠와 딸로도 보이고 사이 좋은 오누이 처럼도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배프였다. 나이도 한참 어린 꼬맹이 은지는 항상 석구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석구야 이거 어때, 석구야 저건 뭔데, 석구야 치킨 먹고 싶어, 석구야 석구야 석구야...

드디어 은지의 아빠 같은 사람을 본 것 같단 얘길 들었다. 이웃동네 끄트머리 산자락 아래 있는 채석장이다. 자전거를 타고 덜그럭거리는 길을 따라 그곳을 찾아갔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쉬고 있다 그들에게 내민 은지의 아빠 사진을 내밀자 알은체 들을 했다. "우리 아빠 지금 어딨어요?"

석구와 은지가 마주 앉아 있는곳은 석구 친구의 치킨집이다.  더듬는 말로 천천히 말한다.

"은지야 너 너희 아 아빠는 주 죽었어"

은지는 비 오는 밤길을 그대로 뛰쳐나갔다.

석구가 뒤 따라 같지만 꼬맹이 친구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마을 곳곳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녀보지만 은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  빗줄기는 굵어지고 갈데가 없는 은지는 석구의 정미소 앞에 와 있다.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 은지는 문 앞에서 석구를 기다리다 기절했다.

한참 은지를 찾아 헤매다 온 석구는 자신의  집 앞에 쓰러져 있는 은지를 발견하고 얼른 방으로 데려갔다 .

칠흑 같은 밤에 비는 세차게 내리고 이렇게 늦게까지 은지가 안들어 온 걸 안 쉼터 소장은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은지의 행방을 묻고 다니다 석구와 오후까지 같이있는걸 봤다는 얘길 듣고 그의 집에 찾아 갔다.

석구는 은지의 젖은 겉옷을 벗기고 있었고 그걸 본 소장은 경악했다.

그 뒤로 소장이 본 장면은 사건이 되어 빠르게 진행됐다. 병원에선 은지가 해리성장애가 있는 상태라 기억의 왜곡을 겪고 있다고 했다.  돌아 가셨다는 걸 알지만 기억속에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치 아빠가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영화 '돌멩이'.  ⓒ 네이버 영화

비상연락처로 연락이 닿아 엄마와 새 아빠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은지는 새아빠의 팔에 그려진 문신을 보고 발작하지만, 모두 석구에게 몹쓸짓을 당한 후유증으로 생각한다

미결수로 구치소에 있는 석구에게 신부님이 면회를 왔다. 석구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모른채 신부님에게 말한다. "으은지 많이 아 아파요." 신부님이 가여운 어린양에게 일러 준 건 한 문장이다. 꼭 외워 둬야 한다고.

석구의 정미소를 팔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백방으로 석구를 위한다고 한 신부님이 가르쳐준 건 재판정에서 밝혀졌다.

"저 저는 자 장애인입니다. 저는 자 자 장애인입니다."

석구는 심신미약으로 풀려났지만 그의 집 담벼락에는 더러운 성폭행범 나가 뒈져라 범죄자 새끼 이런 빨간 글씨 낙서가 함부로 휘갈겨져 있다. 동네사람들은 냉대와 멸시로  석구를 대했다.

은지가 있다는 병원에 갔지만 얼굴만 보고 끌려나왔다. 은지가 석구는 착한사람이라고 해도 기억이 잘못된 거라며 믿어 주는 사람이 없다.

석구는 동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보내는 미움은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가슴에 물이 차오르는듯, 차갑고 숨이 막히는 심장이 저린 느낌이었다...

영화 '돌멩이'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영화 '돌멩이'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게 죄가 될 순 없다. 자기 방식으로 말 할 수 있게 물어 봐 줘야지 공평한 세상이지 않을까? 보통의 지능을 가진 사람에게 양자역학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얼마나 대답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의 전문가들이나 어떤 이론을 풀어내고 증명한 과학자들에 비하면 평균 지능이란 한참 모자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된다.

전부 다를 뿐이다.

어떤  이론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 각도로 오랜 동안 궁리를 하여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

느려도 자세하게 그가 표현 하는 언어들로 그 날의 진실을 물었더라면.

신체장애인에게 왜 그것도 못 잡냐고 왜 이 만큼도 못걷냐고 추궁하진 않는다. 눈에 보이니까. 정신 발달장애인에게도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아 못걷는 사람이구나 하듯이. 특별한 상황에 놓인 발달장애인 에게도 똑같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물어야 한다.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경계해야 할 것 또 한가지, 어떤 상황을 자기의 생각대로만 보지말 것.  우리가 수시로 빠지게 되는 오류이다. 그것이 아무리 진짜로 보여도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것.

죄는 그후에 물어도 늦지 않을 테니까

* 돌멩이

2020년 한국영화

감독: 김정식

주연: 김대명, 전채은, 송윤아, 김의성

2021년 한국 촬영감독협회 황금촬영상

              심사위원 특별상(김대명)

영화보기: 웨이브, 쿠팡플레이, U+모바일, 티빙, 왓챠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9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