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는 하루 열 대다. 이중 휠체어 이용자 탑승을 위한 리프트가 장착된 기차는 다섯 대뿐이다. 기차 대수도 문제지만 한 열차당 좌석 수도 문제다. 기차 한 대에 휠체어 이용자 좌석은 두 개밖에 없다.
기차 탑승 시각은 석 대가 오전, 두 대가 저녁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낮 시간대에 기차를 타려면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서 기차를 탈 수밖에 없다.
이에 충청북도 옥천군 장애인과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 150여 명이 옥천역에서 ‘장애인 기차 이동권 투쟁’을 벌였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충북장차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31일 오후 1시, 옥천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천군청까지 행진했다. 옥천군청에서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옥천군 장애인, 기차 이용 포기… “코레일 사장 나와라”
31일 오후 5시 기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누리집에서는 옥천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열차 10대가 조회된다. 이 중 휠체어석이 마련된 열차는 무궁화호 4대, ITX-새마을호 1대 등 총 5대다. 탑승 시각은 오전과 저녁에 몰려 있어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기차는 없다.
다른 이동 수단은 더욱 열악하다. 옥천에는 지하철이 없고, 시외노선 중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 또한 전무하다. 옥천군 장애인이 서울까지 가려면 사실상 기차가 유일한 수단이다.
이수진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옥천센터) 활동가는 옥천군민이지만 옥천역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 옥천군민입니다. 코레일 앱 이용할 줄 압니다. 기차표 결제할 돈도 있습니다. 그런데 옥천역에서는 기차를 탈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서 예매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차 이용 자체를 포기했습니다. 코레일은 옥천군 장애인이 서울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게다가 옥천역은 경사가 심해서 리프트 탈 때 추락할까 봐 되게 무섭습니다. 그래도 옥천역에서 기차 타고 전국 어디든 이동하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다른 지역에 볼일이 있고, 여행도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수진 옥천센터 활동가)
전장연은 옥천군 장애인의 기차 이동권 쟁취를 위해 향후 대전광역시 동구에 있는 코레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에 관해 고준영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옥천군 저상버스, 단 한 대
또한 옥천군내를 다니는 저상버스는 단 한 대뿐이다. 대전시까지 가는 간선버스 607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단버스다.
옥천군 안전건설과가 지난달 18일에 공개한 ‘저상버스 예외승인 노선표’에 따르면 ‘좁은 길’, ‘과속방지턱’, ‘급한 도로경사’ 등의 사유로 대부분의 노선에서 저상버스는 제외돼 있다. 이에 활동가들은 행진 중 버스터미널 앞에서 멈추고 옥천군의 계단버스 운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자료: 옥천군 저상버스 예외승인 노선표)
충북장차연,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대표단과 옥천군은 오후 3시경부터 면담을 시작했으며 활동가들은 옥천군청 세정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이동권 보장을 요구 중이다.
이번 투쟁은 전장연의 ‘전국 이동권 순회 투쟁’ 중 세 번째로 진행됐다. 앞서 전장연은 광주광역시 지하철, 충북도청에서 투쟁을 진행했다. 다음 달 1일 세종시청, 5일 경기도 부천역, 7일 전북도청, 9일 대전역 등에서 순회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 idxno=25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