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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연합회 국회 앞 동시 집회… 이종성 의원이 쏘아 올린 ‘IL센터 복지시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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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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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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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연합회 국회 앞 동시 집회… 이종성 의원이 쏘아 올린 ‘IL센터 복지시설화’ 

  • 기자명 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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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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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20일 법사위 심사 앞두고 동시 집회 열어
    ‘찬성’ 연합회 “IL센터=서비스기관, 안정적 예산 지원 요구”
    ‘반대’ 협의회 “운동 버리고 서비스기관으로 전락할 것인가”
    법 통과돼도 ‘예산 확대’는커녕 지방이양사업으로 넘어갈 여지 커



19일 오후 국회 앞. 진형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장(오른쪽)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뒤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장애인복지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19일 오후 국회 앞. 진형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장(오른쪽)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뒤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장애인복지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19일 오후 2시, 국회 앞 지상과 지하에서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집회가 열렸다. 지난 1월 26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둘러싼 장애인자립생활운동 진영의 두 목소리였다.

이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 아래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복지위)를 통과해 20일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 전체회의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종성 의원과 함께 법안 발의를 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연합회)는 “20년을 기다려 왔다”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협의회)는 ‘개악안’이라며 긴급 투쟁단을 꾸리고 법안 저지를 위해 국회의사당역에서 41일째(19일 기준) 노숙농성 중이다.

 



국회의사당역 지하에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를 위한 농성장이 있다. 19일로 농성 41일 차를 맞이한다. 사진 강혜민 
국회의사당역 지하에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를 위한 농성장이 있다. 19일로 농성 41일 차를 맞이한다. 사진 강혜민  
통상적으로 상임위원회(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은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를 위해 절차상 법사위에 회부된다. 법사위부터 본회의까지는 형식적인 절차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6일 열린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이 의원이 “최근 협의회에서 동의한다고 해놓고 막판에 가서 반대하는 걸로 입장을 선회했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협의회가 반대했지만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을” 해서 법안을 대표발의했더니 협의회가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가 “단 한 번도 동의한 적 없다. 왜곡된 사실로 상임위를 통과한 장애인복지법 개악안에 대한 법사위 심사를 유보하라”고 요구하면서 개정안을 둘러싼 자립생활운동 내 전선은 뚜렷해졌다.

협의회와 연합회의 입장 차이는 지난 2000년대 중반 IL센터를 ‘어떤 기관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장애인자립생활운동 진영이 두 갈래로 갈라진 뿌리와도 만난다. 협의회는 “IL센터는 자립생활운동의 진지”라면서 “독자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연합회는 “서비스 전달기관으로서의 IL센터”에 무게중심을 두고 서비스 질적 개선을 위해 안정적인 예산이 필요하며, 이는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인정받을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법사위 심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에서는 협의회가, 여의도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에서는 연합회가 각자의 요구를 외치며 전국 집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는 지하 대합실에서 진행되는 결의대회 음향을 지상 이룸센터 앞에 있는 ‘T4 농성장’으로 송출해 바깥에서도 들을 수 있게 했다. 연합회 궐기대회에 참여한 이들은 바로 옆에서 나는 ‘다른 소리’가 퍽이나 신경 쓰인 듯 자꾸 그곳을 흘겼다.

 
연합회가 주최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 시작에 앞서 상명대학교 응원단 아리아(ARIA)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연합회가 주최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 시작에 앞서 상명대학교 응원단 아리아(ARIA)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찬성] 연합회 “사업 없는 운동 공허해… 맹목적 운동 아닌, 사업 함께 해야”

오후 2시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 연합회는 궐기대회를 위해 3차선을 막고 무대를 설치했다. 연합회는 궐기대회 시작을 알리며 장애운동열사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웅장한 노래와 함께 무대 LED 화면에는 펄럭이는 태극기 영상이 가득 채워졌다. 묵념을 마친 사람들이 고개를 들자 곧이어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노래가 흘러나왔다.

레드카펫이 깔린 듯한 무대 위로 치어리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상명대학교 응원단 아리아(ARIA)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유정석의 질풍가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니 목덜미와 소매에 붙은 프릴이 무게감 있게 펄럭였다. 공연을 마친 응원단장이 마이크를 잡고 또박또박 말한다.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서 여러분들이 더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마지막이 되기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개정안이 많이 발의되면 좋겠습니다.”

 


진형식 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진형식 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33도의 폭염 속에서 공연을 마친 이들이 내려가고 진형식 연합회 회장이 올라왔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찬성 반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거죠. 우리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것입니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 지역에 있는 장애인, 그들이 지역사회에 안착해서 함께 생활하는 데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가. 법적으로 자유로워지자는 겁니다. IL센터가 사업 달라고 하면 공무원들은 앵무새처럼 이야기합니다. ‘법적 지위 가져오세요.’ 법적 지위가 우리 발목을 잡습니다.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들어가면 운동성 떨어진다는 염려 많이 합니다.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우리 IL센터는 다른 이용시설과 엄연히 다릅니다. 복지관이 활동가 양성하나요? 우리처럼 자조모임 단체로 시작하나요? 법적 지위 가지면 운동 안 할 겁니까? IL센터답게 사업하고 IL센터답게 운동하고 IL센터답게 실천하면 됩니다. 좀 더 안정적인 지원으로 좀더 나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 이상 찬성, 반대로 시간 소비하지 말고 (얼른 개정안 통과해서) 시행령, 시행규칙 만드는 데 힘써야 합니다.

사업 없는 운동, 공허합니다. 운동 없는 사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맹목적으로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운동과 사업 함께해 나가야 합니다. 자립생활 진영만이 이걸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으로 장애인자립생활을 명시한 ‘제4장 자립생활의 지원’이 새로 생기고 그 안에 4개의 조항(53~56조)이 신설됐다. 이 중 54조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IL센터 지원을 명시한 규정이다. 그러나 연합회는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다’면서 IL센터가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를 ‘IL센터가 법적 지위를 획득한다’고 바라본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연합회 소속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연합회 소속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김동희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마포구에서 예산을 좀더 끌어오려고 하면 ‘법적 지위가 없어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담당자들로부터 수년간 들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IL센터도 그렇다고 하더라”면서 “복지시설로 들어가면 이제 이런 집회 안 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 IL센터는 서울시 지원을 받지만 서울시 상대로 투쟁 열심히 하고 있다. 시설로 들어가면 왜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후 무대 아래로 내려온 김 소장에게 기자가 ‘마포구로부터 법적 지위가 없어서 안 된다’는 이야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문제가 됐던 것인지 물었다. 김 소장은 “10년 전 마포구에 장애인복지예산 250만 원을 늘려달라고 했을 때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현재 마포구 지원이 아닌 서울시 지원을 받고 있어 최근에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로부터도 그와 같은 일이 있었는지 묻자 김 소장은 “올해 장애인 개별동료상담 하루 수당이 5만 원에서 2만 5천 원으로 삭감됐다. IL센터 법적 지위가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삭감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당 삭감 이유에 대해 서울시에 이렇게 답변을 들은 것인지 질문하자 김 소장은 “그렇게 추측”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성민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송성민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송성민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단체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며 법 제정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협의회를 겨냥해 “탈시설을 외치면서 왜 시설이 되려고 하냐고 말하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설이 그 시설(장애인거주시설)이냐. 이상한 논리로 왜곡하는 장애인단체가 많다. 사방이 우리 적이다”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최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보조금을 유용했다’며 거짓 뉴스를 퍼뜨린 것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송 소장은 “우리는 누구의 지원도 안 받는다. 누구처럼 ‘민노총’이 개입하나, 시민사회단체하고 같이 하나. 오로지 당사자가 외롭게 싸운 20년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당당히 나가자. 20년을 기다려 왔으니 어지간히 기다리지 않았나. IL센터를 법적 지위로 올리자”고 외쳤다.

이날 연합회 궐기대회에는 이종성 의원 발언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일 이 의원은 불참했다. 진형식 회장은 기자에게 “이 의원은 당일 일정으로 인해 못 오게 됐다”고 말했다.

- [반대] 협의회 “운동 버리고 서비스기관으로 전락할 것인가”

같은 시간, 국회의사당역 4, 5번 출구 방면 역사 내에선 협의회가 개악안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협의회 활동가들은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역사를 강조하며 운동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외쳤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복지관 직원이, 장애인거주시설 직원이 장애인 권리옹호를 위해 거리에 나와 집회하는 거 봤나”면서 “IL센터는 첫째도 권리옹호요, 둘째도 권리옹호, 셋째도 권리옹호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린 더 이상 권리옹호 활동을 할 수 없다. IL센터는 사무실에서 꼼짝없이 사업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사업이 아니라 운동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소장은 “세종시 장애인콜택시는 1주일 전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즉시콜로 이용할 수 있다. 세종시에 연합회가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들은 단 한 번도 이동권 투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협의회와 전장연이 세종시에서 이동권 투쟁을 한 지 3년 만에 즉시콜을 쟁취해 냈다”고 밝혔다.

양준호 인천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지난 20여 년간 정말 많은 사건이 IL센터 안에서 일어났다. 활동지원제도화 투쟁을 시작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까지 협의회가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 “(연합회는) IL센터가 서비스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자립생활운동은 더 퇴행할 것이다. 이렇게 대치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IL센터를 세웠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역 지하에서 열린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결의대회. 장애인 활동가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국회의사당역 지하에서 열린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결의대회. 장애인 활동가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개정안에 따르면 58조 장애인복지시설 유형 안에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을 신설해 현행 IL센터를 여기에 포함할 예정이다. 그러나 협의회는 법이 개정되더라도 연합회가 기대하는 대로 예산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를 위해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1’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국고보조를 받는 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별표1에 근거해 현재 장애인복지시설 중 국고보조를 받는 시설은 장애유형별 거주시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영유아 거주시설밖에 없다. 그 외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은 국가보조금에서 제외된다.

현재 IL센터는 중앙정부에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공모사업이기에 중앙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법 개정 후 보조금법 개정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IL센터는 지방이양사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협의회는 “지방이양이 될 경우, IL센터의 지역별 격차는 심하되고 예산은 하향 조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법 개정 시, 장애인복지시설에 요구되는 인력 기준이 IL센터에도 영향을 미쳐 IL센터 내 장애 당사자의 소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예산은 예산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운동성을 잃은 채 경직된 서비스전달기관으로 전락하는 미래가 예상된다. 협의회는 “주도적 육성과 지원체계가 부재한 가운데 예산의 지방이양과 전달체계에 초점이 맞춰진 하위법령은 소수의 대형화된 IL센터만 남긴 채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이자 공동체로서 기능하고 있는 대다수 IL센터를 미신고시설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협의회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대표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안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법안에선 IL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다’가 아닌 ‘하여야 한다’로 명시하여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을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어깨꿈밴드가 전대협 진군가를 개사한 ‘한자협 진군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강혜민
 어깨꿈밴드가 전대협 진군가를 개사한 ‘한자협 진군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자립생활운동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맞서 2000년도에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 IL센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운동을 버리고 서비스기관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권력에 맞서, 비장애인 중심 세계에 맞서 투쟁하겠나. 오늘 우리는 그것을 결정해야 한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어깨꿈밴드와 함께 전대협 진군가를 개사한 ‘한자협 진군가’, ‘T4’, ‘열차 타는 사람들’ 노래를 잇따라 불렀다. 노래가 이어지자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이 나와서 춤을 췄다. 가사와 리듬에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오묘하게 어울리는 그들의 춤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춘 몸짓이었다. 춤추는 장애인들 사이로 비장애인들이 지나갔다.

- 연합회, T4 농성장에 ‘불법건물 아웃’ 붙이려 했으나 경찰에 저지당해

그 시간, 궐기대회를 마친 연합회는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T4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전장연이 장애인권리예산과 장애인권리입법 제정을 촉구하며 826일째(19일 기준) 농성 중인 곳이다. 장애인권리예산이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예산을 의미한다. 권리입법은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등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의미한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선행되어야 하니, 그러한 예산과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며 마련된 농성장이었다.

연합회는 T4 농성장에 들어가 “불법건물 아웃(OUT)” 스티커를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자 아스팔트 바닥에 스티커를 붙였다. “불법건물 아웃(OUT)” “우리들의 건물” “모두의 자리”라고 적힌 스티커가 농성장 바로 앞 아스팔트 바닥에 노랗고 빨갛게 달라붙었다. 스티커를 바닥에 더 잘 밀착시키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그 위를 휘릭 지나가자 매끄럽게 반짝이던 스티커가 도리어 휠체어 바퀴에 달라붙으며 바닥에서 떨어졌다. 무엇을 향한 스티커인지 알 수 없는 스티커들이 아스팔트 바닥에서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했다.

그 시간, 한자협은 더 밑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지하철을 탔다. 시민들에게 장애인권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국회 앞, 같은 듯 하나 분명 다른 목소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연합회는 궐기대회 후 이룸센터 앞 T4 농성장으로 이동해 “불법건물 아웃(OUT)” “우리들의 건물” “모두의 자리”라고 적힌 스티커를 아스팔트 바닥에 붙였다. 사진 강혜민
 연합회는 궐기대회 후 이룸센터 앞 T4 농성장으로 이동해 “불법건물 아웃(OUT)” “우리들의 건물” “모두의 자리”라고 적힌 스티커를 아스팔트 바닥에 붙였다. 사진 강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