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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장애진단부터 성인기까지, 국가는 무엇을 지원했나?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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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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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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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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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진단부터 성인기까지, 국가는 무엇을 지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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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고 서있는 사진
이수현 씨는 두 명의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동시에 교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장애 진단부터 통합교육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수현
  • 기자가 만난 사람들-5
  • 장애자녀를 둔 부모이자 교사인 이수현 씨(1)
  • 장애인복지가 나아진다지만 여전히 어렵고 힘든 현실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아기가 장애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것도 첫째에 이어 둘째 아이도 장애를 가지게 된다면 이 두 자녀의 부모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장애자녀를 둘이나 양육하면 힘들기 때문에 어둡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웃을 때 누구보다 환한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는 이수현 씨를 만났다.

이수현 씨의 두 자녀는 자폐성장애가 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가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나아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장애자녀를 둘이나 양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수현 씨에게는 현재까지 “해 보니까 되더라고요(공저)”,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 “돌봄과 작업2(공저)”, “모두참여수업(공저)” 등 네 권의 저서가 있다. 책 한 권을 출간하기도 쉽지 않은데 벌써 네 권의 책이 이수현 씨의 경력 칸을 채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수현 씨는 중학교의 영어교사이면서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크로스핏도 한다. 또 이수현 씨만의 시그니처로 머리에 진주를 하는 등 ‘장애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고 있다.

이수현 씨는 장애자녀가 둘 있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통합교육을 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장애, 특히 통합교육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교육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여기저기 문제점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세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으로 이수현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째는 자녀가 장애 진단을 받으면 모든 게 부모한테 맡겨져요. 의사는 진단만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이런 정보를 잘 주지 않아요. 그럼 부모가 다 알아보고 부모가 교육자와 치료사가 되어야 해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교육을 전공했으니까 그래도 아이들에 대해 빠르게 파악했지만, 모든 부모가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자녀가 장애를 진단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은 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게 되고, 그럴수록 치료는 되지 않을 뿐더러 비용만 비용대로 부담된다.

“미국만 해도 진단을 받으면 치료사가 바로 집으로 온대요. 그러면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고, 어떤 교육을 받아야 되고, 이런 전반적인 계획들이 팀으로 접근이 된대요. 반면 우리는 진단을 받으면 홀로 딱 동떨어진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너무 두렵고 힘들죠. 그래서 진단을 받는 과정에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하는지와 같은 제도적인 정보가 전무한 게 가장 큰 문제 같아요.”

이수현 씨가 제기한 두 번째 문제는 장애자녀에 대한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장애 정도가 심하면 특수교육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리가 없기 때문에.

“그럼 선택권은 통합교육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물리적 통합’만 되어 있지 ‘사회적 통합’이나 ‘교육과정 통합’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교육이 너무 왔다갔다 하니까 이 부분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통합의 마인드가 있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래도 1년 동안은 좀 편하게 학교를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면 너무 힘들어져요.”

모든 교실이 통합교실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장애 진단을 받은 뒤 자녀가 교육받을 시기가 되면 또 한 번 좌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를 진단받은 뒤, 그리고 교육과정에 이르는 어려움을 문제로 지적한 만큼 세 번째 문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다.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뭔가 제 가슴을 짓눌러요. 그땐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자립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저축을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준다면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되게 걱정되는데, 아무리 알아봐도 제도적인 기반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이수현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왜 장애인들이 투쟁하는지, 장애자녀를 둔 부모와 자녀가 왜 자살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장애를 진단받은 시기부터 성인에 이르는 생애주기에서 대한민국은 그 어떤 시기에도 충분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이자 교사로서 이미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이수현 씨가 바로 산증인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6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