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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장차법 16년-휠체어는 밖에 두고 입장하라고?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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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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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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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장차법 16년]휠체어는 밖에 두고 입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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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 사
영화관 입구에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려우니까 계단이 없는 상영관 다른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영화관 직원이 앞길을 막아서며 휠체어를 영화관 밖에 두고 입장하라고 했다. ©박관찬 기자
  • 영화관람을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장애인들
  • 휠체어타고 영화관 입장 못하게 하고
  • 자막이나 수어통역, 화면해설도 모든 상영관에서 지원 안 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동수 씨(가명)은 요즘 지인들이 하도 재밌다고 이야기하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갔다. 관람하기 편한 시간대에 예매를 하고 여유있게 영화관에 도착했다. 상영시작 15분 전이 되어 영화관으로 입장이 시작되자, 동수 씨는 상영관 입구인 ‘뒷’문을 지나 상영관의 다른 쪽, 그러니까 영화가 끝난 후 사람들이 나오는 상영관 ‘앞’문으로 향했다.

그때 영화관 직원이 동수 씨를 향해 “저기요!”라고 부르며 뒤쫓아오더니 동수 씨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는 “이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동수 씨에게 말했다. 동수 씨는 타고 있는 휠체어를 가리키면서 지금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는 상영관 입구로는 계단이 있어서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앞쪽으로 들어가서 관람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의 황당한 대답에 동수 씨는 귀를 의심했다.

“휠체어는 상영관 밖에 두시고 입장하시면 됩니다.”

휠체어를 두고 들어가라고? 하지마비가 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동수 씨에게 휠체어를 두고 입장하라는 말은 다리를 떼어놓고 입장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동수 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하지마비가 있어서 휠체어를 밖에 둘 수 없고, 상영관 앞문으로 입장해서 계단이 없는 앞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은 단호했다. 앞문은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문이고 모두 저쪽(뒷문)으로 입장해야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수 씨는 “그 다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잖아요.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되는 장애인 차별이라고 해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구요”라고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시행된 지 16년이나 되었다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실제 이 법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얼마나 잘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영화관람할 권리’를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경우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만 해당하지 않는다.

청각장애가 있는 루나(가명) 씨는 영화를 관람하러 갈 때마다 항상 아쉬운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한국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자막지원이 되는 영화관을 따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자막지원을 하지 않는 영화는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도 한다.

루나 씨는 “비장애인은 집 근처의 영화관에서 보고싶은 영화를 원하는 상영시간에 선택하면 되지만, 청각장애인은 집 근처에 영화관이 있어도 자막지원이 되지 않으면 자막지원이 되는 영화관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라며, “차라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모든 한국영화를 외국영화처럼 자막이 나오도록 규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즉 비장애인은 영화를 관람하려고 할 경우,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영화관, 시간대만 검색해서 예매하면 되지만 청각장애인은 거기에 자막지원이 되는 영화관을 추가로 검색해야 한다. 똑같이 영화를 볼 권리를 향유하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영화관을 찾아야 하는 게 장애로 인한 차별이 아닐까?

이어 “드라마에서 배우가 수어를 구사하면 수어를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자막이 나오는 경우를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예를 들면서 “자막뿐만 아니라 수어통역도 스크린의 한 부분에 당연하게 등장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루나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화관람할 권리를 차별받는 건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화면해설이 지원되는 영화관만 방문할 수 있을 뿐, 그렇지 않다면 영화관에 가도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만 의지해 무슨 내용인지 상상하며 ‘불편한 관람’을 할 수밖에 없다.

동수 씨는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만큼 장애인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 외에 비장애인들에게도 보다 강력한 인식이 이뤄지면 좋겠다”라며 “영화관에서도 휠체어를 타는 사람,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보는 사람, 화면해설을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풍경이 당연하게 눈에 띄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6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