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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박관찬의 기자노트-질문은 질문시간에 하세요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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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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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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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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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의 기자노트]질문은 질문시간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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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 출강하면 수강생들 중에 질문시간에 질문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되어 강사가 아닌 강사의 활동지원사에게 질문하며 “전해달라”고 하는 장애 감수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기자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 출강한다. 평일반의 경우, 월요일과 목요일에 두 번 출강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을 두 번 만나게 된다. 한 번 출강하면 3시간을 강의하기 때문에 중간에 쉬는 시간도 충분히 있다.

그런데 수강생들은 기자가 강의를 한 시간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 전에 질문하는 시간을 줘도 질문하지 않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 기자가 강사 휴게실로 향하면 뒤따라 오는 기자의 활동지원사에게 다가와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활동지원사가 수강생의 질문을 기자에게 전달하지만, 기자는 질문만 전달받고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못하게 된다. 수강생이 기자의 활동지원사에게 질문만 하고 자신도 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가버렸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통역하는 사람이 있어도 청각장애인을 보면서 말하지 않고 통역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하거나, 통역하는 사람만 따로 불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나중에’ 청각장애인에게 전해 달라고 하는 경우다.

일주일에 두 번 출강해서 수강생들과 적어도 여섯 시간은 함께 하게 되니까 요즘 이런 장애 감수성적인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강사가 분명히 질문할 시간을 줬는데 왜 그때 질문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강사가 아니라 강사의 활동지원사에게 질문하냐고. 강사의 활동지원사는 쉬는 시간을 가지면 안 되는 거냐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사가 주는 질문 시간에 질문을 해야 그에 대한 답변을 해줄 수 있지, 쉬는 시간에 강사가 아니라 활동지원사에게 질문하면 제대로 대답해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출강하러 함께 온 활동지원사가 하는 역할이 바로 수강생들의 질문을 기자에게 통역해주는 거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수강생들이 활동지원사가 되었을 때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은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질문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그것도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줬는데도 장애당사자에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은 장애 감수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최근 교육 중 이런 내용에 대해 강력하게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자 몇몇 수강생들이 즉석에서 죄송하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다음 쉬는 시간이 되자 수강생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와 기자에게 질문하지 않고 활동지원사에게 질문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바로 학습이 된 것 같아 기쁘기도 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꼭 잘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 외에도 기자에게 질문을 하고 싶으면 그냥 ‘질문’을 하면 되는데, 기자를 보고 하는 질문이 아니라 활동지원사를 보고 “~라고 전해 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수강생도 있다. 그건 질문이 아니다. 통역하는 사람이 질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주니까 평소 말하듯이, 궁금한 게 있을 때 질문하던 것처럼 하면 되지 굳이 “전해달라”는 말을 붙일 필요까지 없다. 그건 기자에게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활동지원사와 대화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교육이 끝나면 기자에게 다가와 ‘안타깝다’고 말하는 수강생들이 더러 있다. 눈과 귀에 장애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힘들지, 어려움이 많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측은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수강생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훌륭한 장애 감수성을 지닌 활동지원사가 양성되길 바라며 열강했던 기자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몇 시간의 교육으로 수강생이 지닌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장애 감수성을 단번에 개선시킨다거나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장애에 대해 몰지각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활동지원사가 되어 그로부터 지원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7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