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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봉고차 트렁크 문을 열어두면 위험한 이유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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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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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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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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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트렁크 문을 열어두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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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쓰고 가는 사람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양산을 쓰고 있어도 그것을 미처 보지 못해 양산에 얼굴이 닿을 위험성이 존재한다. ©박관찬 기자
  •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위로 들려진 트렁크 문을 보지 못할 가능성
  • 여름에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양산도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 많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시각장애는 크게 전맹과 저시력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시각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력을 모두 상실한 전맹이 저시력보다 중증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전맹은 전혀 보지 못하니까 저시력인 경우보다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더 불편하고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시력인 시각장애인도 잔존시력과 시야에 따라 잘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서운 양산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외출을 하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게 ‘양산’이다. 강한 햇빛에 피부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양산을 쓰고 다닌다. 그런데 이 양산이 길을 가던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무섭고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양산은 특히 밝은색인 경우가 많은데,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낮에는 그만큼 주변이 밝다. 그 밝은 상태에서 역시 밝은색의 양산을(거기에다 옷까지 밝은색이면) 쓴 사람이 지나가면 마주 오던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양산을 들면서 얼굴이 조금 가려짐에 따라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이 양산을 쓰고 있는데 이를 미처 보지 못할 경우,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눈높이에 있는 양산이 얼굴을 스치거나 얼굴에 맞을 수 있다. 안그래도 잘 안 보이는데 갑자기 뭔가 눈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얼른 피해야 하지만, 시장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그만큼 무섭게 지나다니는 양산도 많아서 위험하게 다가온다.

폭염이 아니라 비가 오는 날이라면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쓴다. 그럼 마주 오는 사람과 우산끼리 부딪칠 수 있어도 상대방의 우산에 얼굴이 닿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폭염에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양산을 쓰는 등의 사정이 아니라면 지나다니는 양산에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다.

물론 요즘은 자외선을 차단하기엔 어두운 색 계열의 양산이 더 좋다는 말도 있어서 해당 유형의 양산도 종종 눈에 띈다. 강한 햇빛에 밝은 주변에서 어두운 색의 양산은 색의 대비 효과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잘 구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이 밝아도 양산을 쓴 사람이 걸어오는 뒷배경이 양산의 색과 비슷한 건물이라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양산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위험한 봉고차 트렁크 문

시각장애인은 길을 가다 보면 어딘가에 머리를 정통으로 부딪칠 뻔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중 하나가 봉고차의 트렁크 문이다. 봉고차는 제대로 주차했는데, 주차된 차량 바로 뒤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다. 그런데 봉고차의 트렁크 문을 열어두면, 트렁크 문이 봉고차의 높이만큼 들려지면서 성인 남성의 키와 비슷해진다.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은 주차된 봉고차 뒤의 인도로 걸어가면서 트렁크 문이 열린 걸 보고 잘 피해가면 된다. 하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인도를 따라 걸어가면서 봉고차 트렁크 문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트렁크 문의 색이 올려진 외부 배경의 색이 비슷하면 문의 존재를 구분하기 어려우면 더욱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봉고차의 트렁크 문이 인도(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열려져 있으면 문이 차량 높이만큼 올려진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이 트렁크 문의 존재를 제대로 보기 어려워 얼굴을 부딪힐 수도 있다. ©박관찬 기자

장애인차량이 아닌 차량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안 된다는 내용처럼 법적으로 규제하기에는 다소 억지같은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길 쪽을 향해 봉고차의 트렁크 문을 덩그러니 열어 둠으로써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존재하는 위험성을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승용차의 트렁크는 열더라도 그 밑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없다. 하지만 봉고차의 경우는 차량의 구조상 트렁크 문이 차량의 높이까지 위로 들려지고, 그 밑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다. 시력에 문제없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있고, 또 키가 차량의 높이만큼 되지 않는 사람도 그냥 지나가면 된다. 하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봉고차를 주차하더라도 사람들이 다니는 방향으로 트렁크 문을 열어두는 행위를 자제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8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