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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서비스 종료 5분 뒤 서비스 시작하니 부정수급이라고?”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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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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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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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서비스 종료 5분 뒤 서비스 시작하니 부정수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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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카드와 단말기 사진
두 명의 이용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면, 바우처 카드의 결제시간에 따라 부정수급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박관찬 기자
  • 현 활동지원서비스 체계의 문제점
  • 두 명의 이용자에게 서비스 제공할 경우 1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활동지원사로 근무하는 은숙 씨(가명)는 두 명의 장애인 이용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명의 이용자 모두 같은 아파트, 그것도 같은 동의 다른 층에 거주하고 있어서 은숙 씨 입장에서는 두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이 편한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은숙 씨는 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서류를 받았다. 서류의 내용을 확인한 은숙 씨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은숙 씨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부정수급’하며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성실히 활동지원사로서 근무해 왔던 은숙 씨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구청 직원들이 은숙 씨를 조사하러 왔다. 은숙 씨가 직원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부정수급이 의심된다는 건 ‘결제 방식’ 때문이었다.

은숙 씨는 주로 하루에 두 명의 이용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전 9시에 이용자 A 씨에게 출근해서 4시간을 근무한 뒤 이용자 B 씨에게 4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하루 8시간의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A 씨와 B 씨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각각 3, 5층에 거주한다. 은숙 씨가 엘리베이터는 물론 계단으로도 금방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여기서 은숙 씨가 A 씨 집에서의 근무가 종료한 뒤 서비스 결제를 종료한 시점부터 B 씨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결제를 시작하는 시간까지의 턴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구청에서는 은숙 씨가 A, B 두 이용자의 바우처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임의로 결제하며 부정수급한 것으로 의심했던 것이다.

은숙 씨는 A, B 두 이용자의 집 주소가 적힌 주민등록등본을 증명자료로 제출하여 두 이용자의 집이 그만큼 가까워 그렇게 결제된 것이라고 해명한 끝에 부정수급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은숙 씨는 두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결제하는 것에 대해 조심성을 가지게 되었다.

은숙 씨는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는)센터에서는 앞으로 그런 의심을 받지 않도록 A 씨에게 서비스 제공이 끝난 시점부터 ‘1시간 뒤’ B 씨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라”며,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제가 여기까지 오가는 거리랑 가족도 챙겨야 하는 걸 감안하면 너무 부담되는 시간이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은숙 씨는 “오랫동안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했고 아무 일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부정수급이라고 의심 받으니까 당황스럽고 눈치 보면서 결제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결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시스템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은숙 씨의 사연을 접한 활동지원서비스 사업 담당자인 한 코디네이터는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활동지원사가 두 명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1시간의 여유 시간을 두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이용자나 활동지원사의 상황에 따라 그러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부정수급의 위험을 받을 수도 있다”고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어 “아무래도 시스템상의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이 시스템을 ‘원칙’이라고 보고 조사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부정수급이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활동지원서비스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은 현 시스템 체계에서 현명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쪽으로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간에 잘 협의해서 부정수급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8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