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검찰 송치
- 성별이 다른 피해자 상담의 기본조차 미준수
- “권익옹호기관 운영과 학대 대응 시스템 재점검 해야“
[더인디고] 미성년 지적장애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이 지난 21일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 등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근무하던 50대 조사관 A씨를 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권익옹호기관 상담실 등에서 10대 청소년 3명을 수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2명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고, 나머지 1명은 피해 학생의 비장애 여동생으로 전해졌다.
심각한 것은 A씨의 범행이 인권 상담 공간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동 차량과 피해자의 가정방문 당시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관련해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해당 사안을 인지한 뒤 곧바로 조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조치한 상황이다.
A씨의 범행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지난 2월 중순 경이다. 학대 피해 등으로 제주의 한 쉼터에서 지내던 두 지적장애 여학생은 성추행 사실을 쉼터 종사자에게 알렸다. 이후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A씨가 구속되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20일이다.
당시 제주지역 한 언론에 따르면 제주도의회 한 의원이 도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장애아동을 보호할 기관에서 학대 의심사례가 경찰에 신고 됐다. 장애아동인 만큼, 신속한 심리 지원과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장애인보호기관 현장에서 학대 의심사례가 발생해 피해 아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다만, 개인(직원)의 문제로 기관의 명예는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와 제보 등에 의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사건 인지 후 사실관계 파악과 관련 대책 등을 수립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권익옹호기관 내부에서도 “개인의 일탈” “권익옹호기관의 자성과 책임” 등의 논의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국이 엄중한 상황에서 장애인 인권을 예방하고 보호해야 할 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 “한 개인의 일탈만의 문제로 볼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일로 지난 수년간 낮은 처우와 최소 인력, 과도한 업무와 안전을 위협하는 근무 환경 속에서도 장애인 학대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는 전국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과 성과 등이 폄훼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이 분석한 ‘2022년 학대관련 유관기관 인력 및 1인당 담당인원 현황’을 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력 1명이 한 해 맡은 평균 사건은 3만 7000명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10배 수준이다.
하지만 한 인권전문가는 “권익옹호기관의 노력과 성과가 있다고 해서 문제를 가볍게 봐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실이라는 공간에서 남성 조사관이 여학생을 상담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전제한 뒤, “그럴 수밖에 없다 치더라도, 지적장애 여학생을 상담하면서 조력인이나 이해관계자 동석 없이 진행한 것도 문제”라며, “이를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성별이 다른 피해자 상담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권익옹호기관 운영 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주시설에서 학대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과 법인 폐쇄 주장까지 이어져 온 마당에, 정작 인권기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권익옹호기관 운영과 학대 피해 대응 전반에 대한 대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2017년 중앙권익옹호기관이 설립된 이래,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19개소가 운영 중이다. 장애인 학대 신고접수에 따른 현장 조사와 응급조치, 피해장애인 상담 및 보호 등 사후 지원 역할 등이 주요 업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