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 토크 콘서트 ‘동행’에 콜라보레이션으로 참여한 ‘가온 솔로이스츠’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의 연주 모습. ©서인환
오은영 박사 토크 콘서트 ‘동행’에 콜라보레이션으로 참여한 ‘가온 솔로이스츠’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의 연주 모습. ©서인환

지난 2월 3일 오후 5시 마포아트센터에서 두 시간 동안 ‘장애 연주자와 함께 하는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 동행’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마포아트센터 1004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훈훈함과 재치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 행사는 효성 컬쳐시리즈 여덟 번째 토크 콘서트로 준비되었으며, 가온 솔로이스츠가 함께 했다. 가온은 ‘중심’이란 의미이며 가온 솔로이스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하는 통합 실내악 연주단이다.

필자는 발달장애인을 치료하는 전문 의료인이 별도의 영역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정신과 아래에 정신과 전문의가 있고, 그 전문의 지도하에 치료사들이나 재활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이나 발달지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의 적응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정신과에서 분리된 의학적 전문 영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달의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서비스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발달의 문제가 정신적 문제만으로 사회로부터 오해받는 것도 방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발달장애의 판정과 치료와 상담은 정신과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판단능력인 지능의 수준을 정신과적 치료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 충동으로 인한 행동이 돌발행동이나 문제행동으로 다루어져 약물로 해결할 문제만으로 처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정신과 전문의의 주요 관심사가 발달장애가 아닌 경우임에도 발달장애를 다루는 일이 사라질 것이며, 발달장애인은 보다 전문적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저서와 방송 활동을 통해 국민 고민 상담사(멘토)가 되었다. 주요 관심사는 부모의 아동에 대한 양육 고민, 청소년의 사회적 도전 문제,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인식개선과 공존의 문제이다.

부모의 양육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동에게 의사를 분명히 하고, 규칙을 정하여 따르게 하고, 통제권을 가지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면서 방송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 ‘금쪽 고민’ 등의 프로그램에서 아이의 변화를 직접 보여주면서 부모의 고민을 해소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방황하거나 불명확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한 문제에 대하여도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해를 넓히고, 자본주의와 능력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허덕이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정하고, 진정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노력의 과정임을 강조해 왔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에 대하여 부모의 죄책감과 한을 대화를 통해 풀어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양성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함을 이야기해 왔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장애인 가족과 함께해 왔기 때문에 장애가족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장애 가족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어루만져 주고, 꿈과 희망을 가지도록 지지자가 되어 준 세월의 흔적을 토크 콘서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은영 콘서트는 연인이나 가족 등의 관객석을 화면에 비추면서 자막을 통해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포옹을 하라든가,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하면서 쑥스러워하는 관객의 행동은 웃음을 선사하게 하였다.

오은영 박사가 무대 뒤에서 등장하여 무려 20분 이상을 관객과 악수를 하거나 하트를 그리거나 포옹을 하는 등 인사를 하였다. 허그의 시간이었다. 단순한 인사라면 매우 지겨운 모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관객과 소통을 하는 장면들을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비추어 줌으로써 환호 속에 오히려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오은영 박사가 무대에 오르고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소개에 이어 대표곡 ‘그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으로 유명한 MBC 강변가요제 가수 이상우를 소개했다. 이상우의 아들 승훈이의 발달장애 문제로 오은영 박사와의 인연은 2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오은영의 상담 고민에 들어가기 전에 가온 솔로이스츠의 리베르탱고 연주가 있었다. 리베르는 아르헨티나말로 ‘자유’라는 의미이다. 토크 콘서트 티켓 예매자를 대상으로 고민에 대한 편지를 받았는데, 첫 번째 고민 상담은 발달장애인 부모의 편지였다.

발달장애로 인하여 학교에서 폭력을 당했고, 전학했지만 거기에서도 폭력은 계속되어 자퇴를 했으며 최근 발달장애인 기관이나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왜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가족들과 장애인은 차별을 받고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자리한 편지를 보낸 부모를 카메라로 비추면서 눈물을 보여주었으니 더욱 가슴이 아련했다. 오은영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저명한 박사라도 차별 사회 속에서 고민을 완전히 해소해 줄 비법은 없었을 것이다. 단지 변화해야 하는 사회를 말하고, 스스로 소중함을 인식하고 희망을 가져야 함을 말해줄 뿐이었다.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안아주고 품어주면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고민의 상담이었다. 환경을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감정을 조절하는 기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다.

첫째 고민 상담을 마치자 가온 솔로이스츠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했다. 이 곡은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무지개 너머 꿈과 희망을 그리며 노래한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과 1936년부터 시작된 세계 2차 대전의 암울함 속에서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한 작품이기도 했다.

두 번째 고민 상담은 장애 형제에 관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장애 형제를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담으로 안고 살아가는 형제에 대해 이상우는 자신의 둘째 아들도 어릴 적부터 저절로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돌보더라는 이야기를 했고, 오은영 박사는 현재로서 행복을 나눌 대상이지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한다고 했다. 어느 부모가 어릴 적부터 장애 형제를 책임지라고 가르친 것을 나중에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두 번째 상담을 마친 뒤에는 가온 솔로이스츠가 ‘섬집 아이’를 독창과 연주로 들려주었다. 섬집 아이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 시절의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이상우는 아들이 연주자 속에 있었음을 소개하며 아들을 불러 인사를 시켰다. 승훈은 프로그램집에는 소개되지 않은 인물로 까메오 출연인 듯했다.

30초 즉석 질문 시간이 있었는데, 청소년의 고민에 대하여 오은영 박사는 “초등학교 수학 점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잘 치르고자 작심하고 노력해 본 경험의 기억은 있지 않느냐”며,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성적이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중요성을 설명한 것은 근본적 핵심을 찌르지는 못한 듯했다.

어느 사회복지사가 게임에 중독되어 빗나간 청소년을 상담해 왔는데,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상담했다. 오은영 박사는 게임중독이란 말에서 중독이란 말을 사용하여 낙인을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마음을 더 열고 안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법을 기대했던 관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교과서적 대답이었다. 30초라는 시간적 제한도 한계였을 것이다.

이번 행사의 수익금은 장애 연주자의 미래를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와 가온 솔로이스츠의 콜라보레이션 행사는 ‘거위의 꿈’ 연주와 감사 인사로 끝을 맺었다. 콜라보레이션은 공동 작업인데, 오은영 국민 멘토로 인해 출연자 소개를 일부 하기는 했으나, 비중이 조금 약하고 조화는 잘 이루었으나, 주역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