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많이 내려 이동 어려울 때 교통약자 잊지 않았으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11월 말인 27일과 28일, 서울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길이 눈으로 하얗게 덮이고, 일부 녹지 않은 눈은 얼어버리면서 길은 미끄러워지게 됐다. 미끄럽고 위험한 길로 인해 곳곳에서 사고가 나거나 사람들이 미끄러 넘어지는 등 우려되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많은 눈이 내리면 모든 이들의 이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장애인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틀 동안의 폭설 가운데 이동의 어려움을 겪은 장애인들의 현장을 취재했다.
#1. 유도블록이 어디 있지?
시각장애가 있는 A 씨는 평소 출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 정도의 거리를 흰지팡이를 사용해 걸어가는데,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평소 다니던 길로 걸어가려던 A 씨는 걸음을 멈추고 헤매기 시작했다. 평소 흰지팡이의 끝으로 느껴지던 유도블록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위치를 확인해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A 씨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겨우 지하철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퇴근 후 활동지원사와 함께 아침에 헤맸던 곳으로 다시 가서 확인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눈이 많이 내려서 인도에 쌓인 눈을 치웠는데, 하필 유도블록이 있던 그 위치에 치운 눈을 쌓아뒀던 것이다. 유도블록 위에 눈이 쌓이면서 그 길로는 지나가기 어려워지면서 흰지팡이로도 볼록 돌출된 부분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A 씨는 “눈을 치워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고생해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려야 할 일인데, 하필 치운 눈을 유도블록 위에 두는 건 좀 아쉽다”면서 “눈을 치우는 사람들도 유도블록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유도블록 위에다가 치운 눈을 쌓아 두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A 씨는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시민들의 이동에 위험이 우려될 때,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을 항상 잊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교통약자를 고려하며 일했다면 결코 유도블록 위로 눈을 쌓아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지하철보다 타기 어려운 엘리베이터
휠체어를 이용하는 B 씨는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 외출이 딱 질색이다. 날씨 덕분에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더욱 어렵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B 씨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되는데,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다”면서, “출근이나 약속 등으로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무겁게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내릴 때 휠체어가 먼저 타고 내리는 그런 예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시민들이 많다”고 우려하며 “서로 먼저 나가려고 하다가 휠체어는 타지도 못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B 씨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열려서 내리려고 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먼저 내리려고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B 씨의 설명이었다. 굳이 휠체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지 않아도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급한 마음, ‘빨리빨리’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B 씨는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이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민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런 가운데에서도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더불어 함께 이동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9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