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지용 칼럼니스트】제가 요즘 겪는 특이한 일이 바로 ‘옷 문제’입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패션 감각’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는 것이 생뚱맞은 문제입니다. 그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옷을 갈아입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 공공기관 근무 시절에는 옷을 잘 갈아입지 않았다가, 들린 소문에 계약만료가 발생한 이유가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서’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듣고 역설적으로 민감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옷 갈아입는 것에 철저해져서 속옷뿐만 아니라 겉옷도 매일 다르게 입고 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시대 변화에 맞춘 것 등등을 결합해 옷 관련 지출이 늘어난 편이 있습니다. 과거에 입던 옷이 체격 변화 등까지 겹치면서 맞지 않게 된 부분도 살짝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로 그 문제의 지점을 만납니다. 바로 아버지의 엉뚱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런 태도를 보고 “지용아, 며칠에 한 번씩 입어라”라고 이야기를 하신 것입니다. 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아버지는 현장 근무 비중이 높다 보니 소위 말하는 ‘때 묻은 작업복’이 중요한 문화지만 저는 가족 중 유일하게 사무실 근무를 하다 보니 작업복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자주 갈아입는 것에 민감한 지점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세대 차이가 크게 나는 지점이 있어서, 저는 소위 말하는 ‘MZ세대’이고 아버지는 ‘베이비붐 세대’라는 점도 문화적 배경 차이가 나는 지점입니다.
이런 이야기까지는 가정에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의 양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부터는 색다른 지점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발달장애인을 보고 “발달장애인은 자기 관리를 잘 못 한다” 같은 인식이 간혹 대중들에게 알려진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패션 문제는 ‘예쁘거나 멋진 옷’ 위주가 아닌 극단적으로 ‘편한 옷’에 방점을 찍은 지점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사고가 자주 나다 보니 안전 등을 핑계로 극단적으로 ‘편한 옷’에 집중하는 성향이 자주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타일과 색상 관점에서도 ‘관리가 편한 것’을 핑계로 대고 단조로운 색깔 위주라든지, 보수적인 디자인 등 패션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발달장애인의 패션 수준’이 뒤떨어지게 되는 지점이 간혹 발생합니다. 오히려 신체장애인들의 경우 요즘 그러한 특성에 걸맞은 패션 브랜드가 출시되는 등 점점 개선의 기미를 보이는데,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런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은 역설적으로 ‘사회생활 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대중들에게 있어서 발달장애인의 인식이나 평가를 하는 것에 있어서 의외로 짚는 지점이 ‘패션 문제’인 지점도 살짝 있습니다.
대중들은 발달장애인에게 업무 역량이나 성과를 크게 바라는 경우는 극히 적은 편입니다. 저 같은 정도가 되어야 이제 업무 성과나 역량에 대한 문제를 잠깐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게다가 자폐인의 경우 ‘마스킹’이라 하기엔 가벼운 문제이지만 ‘마스킹’에 가까운 지점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따지면 요즘 가서 가벼운 ‘마스킹’을 하는 셈이죠.
지금도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는 제가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직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의치 않는 지점도 살짝 있습니다. 가끔가다 발생하는 사고방식의 충돌이나 의사소통의 혼선 정도를 빼면 지금 옮긴 새 소속사에서는 자폐로 인한 해프닝 그런 것은 없습니다. 미리 인사부서에서 교육을 해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발달장애인 직원의 업무 평가를 할 때 자기 관리 같은 점수가 비공식적으로 있는 지점이 가끔 있어 보입니다.
저도 가끔 estas 이외의 발달장애인 그룹을 만나는 일이 있는데, 그들의 패션을 보고 가끔은 ‘뭔가 잘 차려입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도 드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간 발달장애인이 참석하는 행사 등에서 ‘잘 차려입은 발달장애인’은 오히려 발달장애인 공연팀에서나 간혹 볼 수 있었던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발달장애인을 위한 ‘패션 제안’ 등의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발달장애인의 패션 수준이 뒤떨어진 지점이 간혹 있고, 단조로운 복장을 탈피하거나 ‘혁신적인’ 색상 도입 등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발달장애인에게 혁신적인 색상이나 디자인 등을 중점으로 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패션 제안’을 내건 ‘발달장애인을 위한 패션 브랜드’가 이제 나올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패션 제안’을 모색해도 좋을 시점입니다. 자주 갈아입어도 편하고 멋지거나 예쁜 옷을 이제 우리 발달장애인도 필요로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 브랜드, 이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이제 발달장애인을 위한 ‘패션 제안’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39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