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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장애’를 절망으로 규정하는 순간, ‘차별’이 시작된다…모니터링센터 지적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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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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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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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장애’를 절망으로 규정하는 순간, ‘차별’이 시작된다…모니터링센터 지적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특별연구는 언론인·당사자·학계 간 장애비하 표현 인식 격차가 크고(영웅화·의학/비유적 용어 등에서 특히 엇갈림), 이에 따라 언론 가이드라인 제정·당사자 참여형 모니터링·용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특별연구는 언론인·당사자·학계 간 장애비하 표현 인식 격차가 크고(영웅화·의학/비유적 용어 등에서 특히 엇갈림), 이에 따라 언론 가이드라인 제정·당사자 참여형 모니터링·용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ChatGPT 이미지
  • 직군별 인식 격차 뚜렷, 맥락을 본 언론 vs. 표현 자체를 본 장애인단체·학계
  • 영웅화·감동서사, 일상성 지우는가…용어 선택 논란까지
  • 가이드라인·참여형 모니터링·용어 기준 정립 등 3대 해법 제시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성현정)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최근 발표한 특별 연구 리포트 「장애비하 표현에 대한 인식도 차이에 대한 분석」은 언론인, 장애인단체 활동가, 학계 사이에 ‘장애비하 표현’에 대한 인식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조사에는 언론인·장애인단체 종사자·연구자 등 119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 구성은 언론인 11%, 장애인 46%, 비장애인 54%, 장애인단체 활동 경험자 74%였다.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무엇을 장애비하로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장애비하를 판단하는가’였다.

대표 문항에서 격차는 뚜렷했다. “장애라는 절망 앞에서 죽음 선택”과 같은 표현에 대해 언론인의 57%는 “비하가 아니다”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응답했다. 반면 장애인단체 종사자의 57%, 학계의 79%는 명백한 비하로 인식했다. 언론인은 기사 맥락과 전달 의도, 표현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장애인단체와 학계는 ‘장애=절망·불행’이라는 서사 자체가 차별을 재생산한다고 봤다. 판단의 기준점이 ‘맥락’과 ‘표현 그 자체’ 사이에서 어긋난 셈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유명인이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는 보도에서, “유명 배우 ○○○씨, 장애라는 절망 앞에서 죽음 선택” 라는 자막에 대해 언론인은 43%,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및 장애인단체 종사자는 57%, 학계 및 연구자들은 79%가 “비하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 특별 연구 리포트 「장애비하 표현에 대한 인식도 차이에 대한 분석」 안형진 책임연구원

감동·극복 중심 보도에 대한 시각도 갈렸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 ‘빙판의 메시’ 같은 영웅화 표현을 언론인 다수가(70% 이상) “비하가 아니다”라고 본 반면, 학계·당사자 그룹은 이런 수사가 장애인의 일상성과 다양성을 지우고, 개인의 성취를 ‘특수성’으로 예외화한다고 지적했다. 가족의 희생·죄의식을 암시하는 “딸의 장애를 업보로 여겨 절에 가서 기도했다”는 문장은 전 직군에서 70% 이상이 비하라고 판단해 비교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장애를 도덕적 책임이나 속죄의 대상으로 돌리는 서사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용어 선택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자폐를 앓고 있다”와 같은 의학 중심 표현이나 “절름발이 정책” 같은 비유적 용어에 대해, 언론인 중 절반 이상은 비하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와 학계에서는 절반 이상이 차별적 언어로 분류했다. 질병 프레임을 강화하거나 신체 특성을 비유적 결함으로 전치하는 관용구가 공적 담론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문제로 본 것이다.

보고서는 인식 격차의 배경으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명확한 기준의 부재”와 “직군별 판단 준거의 차이”를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첫째, 언론계 내부 가이드라인의 제정과 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해외 사례(영국 Ofcom, 미국 NCDJ)처럼 언론사 단위의 ‘장애보도 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해 실무 기준을 통일하자는 것이다. 둘째, 장애 당사자 참여형 보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언론중재를 넘어 상시 피드백이 가능한 협의체를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셋째, ‘비하·차별·혐오’의 개념이 혼용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 연구와 국가 차원의 용어 기준 정립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형진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각과 제도적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라며 “장애를 극복이나 동정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관행을 넘어, 장애인의 일상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언론 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책임 사이에서, ‘어떤 말이 누구에게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한국 사회에 다시 던진다. 기준의 정립과 참여의 확대가 그 답을 좁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4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