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장애학생과 함께하는 수업을 ‘배려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교사는 따뜻한 마음으로 장애학생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느끼지만, 정작 그 도움의 방식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성찰할 기회가 부족하다. 그러나 통합교육이 진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선의의 배려자’에서 ‘포용적 전문인’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배려’는 인간적인 태도로서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배려만으로는 장애학생의 학습권과 참여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 통합교육에서 교사는 학생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교수학습의 구조 속에서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전문적 설계자(professional designer)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장애학생을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의 장을 ‘조정하고 설계하는’ 교육전문가로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 교사의 전문성은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교육과정 재구성의 전문성이다. 통합학급에서 장애학생의 학습참여를 위해서는 교과 내용의 양을 줄이거나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목표를 재해석하고, 다양한 접근 경로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수학 수업이라면 ‘도형의 이해’라는 목표를 유지하되, 시각적 표상 대신 촉각적 모형과 구두설명을 활용하는 식으로 목표 달성의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감정적 배려가 아닌 교수학습 이론과 장애 이해를 결합한 전문적 판단을 요구한다.
둘째, 협력적 실천의 전문성이다. 통합교육은 한 교사만의 역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담임교사, 특수교사, 치료사, 상담교사, 학부모가 함께 학생의 학습계획을 논의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교사는 협력의 중심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목표를 조정하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적 전문성은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통합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은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도 출발한다. 장애를 결함이나 부족함으로 보는 대신, 인간 다양성의 일부로 이해하는 태도가 교사 전문성의 기반이 된다. 교사는 ‘비장애 표준’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기보다, 학생이 가진 다양한 능력과 학습 방식에 맞춰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필기가 아닌 구술이나 시각자료로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포용적 전문성의 실천이다. 이는 장애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교사의 전문성은 단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윤리적 실천으로서의 전문성이기도 하다. 교육은 특정 학생을 돌보는 일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배움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감정적 동정이 아닌, 체계적 지식과 실천을 기반으로 한 교육적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배려가 일시적 관심이라면, 전문성은 지속 가능한 포용의 체계이다.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현실적이다. 수업 시간의 제약, 인력 부족, 행정 업무 등으로 인해 장애학생의 개별 지원이 쉽지 않다. 그러나 통합교육은 완벽한 환경이 조성된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학생의 참여 가능성을 넓혀가는 점진적 실천의 과정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동료 교사 및 전문가와 협력하여 배움의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통합교육 시대 교사의 새로운 역할이다.
포용적 교육의 성공은 교사의 마음이 아니라 교사의 역량에서 비롯된다. 배려는 출발점이지만, 전문성은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통합교육 시대의 교사는 더 이상 ‘장애학생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교실을 설계하는 전문가로 서야 한다. 이 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학교는 ‘누구를 위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59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