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운동 중에 갑자기 귀를 막고 웅크렸어요.”
“방금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울먹이더니 바닥에 앉아버렸어요.”
발달장애인과 운동을 함께하다 보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각 과민 반응을 경험하게 됩니다.운동이라는 활동은 단순히 신체 능력을 키우는 시간만이 아니라, 강한 감각 자극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소리, 음악 크기, 조명 강도, 강사의 목소리 톤, 기구의 촉감 등은 때때로 몸의 긴장을 높이고, 심하면 운동 자체가 중단될 만큼 불안이 커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감각 과민은 훈련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조절된다는 점입니다. 환경이 조절되면 몸의 긴장은 서서히 내려가고,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운동 중 갑작스러운 감각 과민이 생겼을 때, 당사자와 강사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 루틴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중단’이 아니라 ‘잠시 멈춤’으로 반응하기
감각 과민이 나타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운동을 즉시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괜찮아요. 여기서 잠시 쉬고 갈게요.”
“급한 건 아니에요. 편해질 때 다시 시작해요.”
이런 문장은 당사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내가 멈춘다고 해서 혼나지 않는다”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갑작스럽게 운동을 끊어버리면 좌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멈췄다가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안정감을 크게 높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강사나 보호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당사자가 긴장할 때 지도자가 함께 놀라거나 서두르면, 그 불안이 증폭됩니다. 차분한 톤, 느린 말 속도, 안정된 표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감각 과민은 ‘실패’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생리적 신호일 뿐입니다. 잠시 멈추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조절 과정’이며, 이 인식이 공유될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2️⃣ ‘감각 차단 루틴’을 미리 약속해두기
감각 과민이 오기 전에 미리 체계화해두면 훨씬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도구들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 이어플러그
- 모자나 후드
- 얇은 장갑
- 선글라스(조명 과민 완화)
중요한 것은 도구 자체보다 ‘도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도성’입니다.
“시끄러우면 귀마게를 낄까?”
“눈부시면 모자를 쓸까?”
이런 식으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면 부담이 줄고, ‘내 몸을 내가 조절한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감각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경험은 곧 안정감으로 이어지고, 이후 운동 몰입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3️⃣ 어떤 감각이 예민한지 ‘패턴’을 파악하기
감각 과민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어떤 감각이 예민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각 과민이 있는 경우
- 음악을 낮추거나 음소거
- 기구 마찰음·충격음이 적은 동작부터
- 목소리는 부드러운 톤으로
촉각 과민이 있는 경우
- 스킨십 최소화
- 자세 교정은 말·그림·시각 신호로 안내
- 운동 매트·기구의 촉감을 미리 설명
시각 과민이 있는 경우
- 밝은 조명 대신 간접 조명 구역 활용
- 주변 이동 동선을 최대한 단순하게
- 시각적으로 복잡한 기구는 뒤로 배치
여기에 더해 운동 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훨씬 체계적입니다.
- 어떤 소리가 싫나요?
- 어떤 기구는 불편했나요?
- 특정 시간(오후/아침)에 더 예민하나요?
이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감각 패턴 데이터가 되어, 프로그램 설계나 루틴 구성에 매우 큰 도움을 줍니다.
4️⃣ ‘휴식 신호’를 먼저 정하기
감정이나 감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휴식 신호를 미리 정해서 만들어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쉬고 싶어요, 계속할게요. 혹은 ‘휴식 카드(REST)’ 같은 실제 카드를 준비해놓아도 좋습니다.
이러한 시각 신호는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완충 장치가 되어, 과부하 전에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강사 입장에서도 “이제 쉬어야 하는구나”를 즉시 파악할 수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5️⃣ 운동 강도보다 ‘안정 리듬’에 집중하기
감각 과민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 운동 강도나 난이도를 높이는 것보다 루틴의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준비운동 → 메인 운동 → 정리운동” 이 순서를 가능한 한 항상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몸이 반복적인 리듬을 기억하면, “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오겠구나”라는 예측이 생기고, 불안이 크게 줄어듭니다.
또한 루틴 사이사이에 ‘짧은 미니 휴식’을 넣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물 한 모금, 스트레칭 10초, 벽 바라보기 20초. 이런 짧은 조절 루틴은 감각 과민을 예방하는 데 매우 좋습니다.
마치며
감각 과민은 절대 ‘문제 행동’이 아닙니다. 몸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신호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함께 조절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운동을 조금 단순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몸이 안정되면 마음이 따라오고, 마음이 안정되면 운동의 즐거움이 다시 살아납니다.
조절 가능한 환경 안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운동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드는 ‘포용적 운동 환경’의 시작입니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6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