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온장애인자립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원희입니다.
저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강한 몸으로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4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습니다. 그때까지가 저의 건강한 삶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허리가 아프더니 팔에 근육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무거운 짐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용하다는 곳은 다 찾아다녔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근긴장성 근육병’이라는 진단과 함께 장애등급을 받았습니다. 근육병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근육이 서서히 없어지는 진행성 질병입니다. 그래도 하체는 좀 나은 편이라 걸어 다니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어느덧 30년이 넘게 장애인으로 살아왔는데, 그 사이 세상은 참 많이 변했는데,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제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네요.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말들은 다리가 없는 장애인에게 신발을 신고 걸으라고 하고,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추우니까 장갑을 끼라고 하는 식입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방에 콕 박혀있으라 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탁상행정이 아닌가요.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정말 무리인가요? 제가 힘든 걸 요구하나요? 사람은 다 똑같은데, 같이 더불어 살자는 건데 이게 무리인가요? 발이 없는 장애인에게 발이 되어주는 복지,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팔이 되어주는 복지, 볼 수 없는 장애인에게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복지, 장애 특성에 맞는 개인 복지가 그리 힘든가요?


눈 가리고 아웅 말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보세요. 장애인도 장애인답게 살고 싶어요. 도움을 받고 사는 삶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전동휠체어로 대중교통을 타고 시골로 가고 싶어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하기 힘든 일은 활동보조선생님께서 지원해주시는데, 활동지원시간이 너무 야박하네요. 중증장애인에게는 24시간이 넘는 활동지원시간이 필요합니다. 장애인보장구는 또 왜 그렇게 비싼가요? 장애인보장구 구입비도 장애 특성에 맞게 100% 지원해주세요.
장애인은 봉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여러분 곁에 있는 형제요, 자매입니다. 장애인도 장애인답게 여러분 곁에서 좋은 이웃으로 살고 싶어요. 사람답게 말입니다.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