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위기 해결 대안이라며 나온 지하철의 '임산부 좌석' 표지판. 저출생 위기를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장지용
저출생 위기 해결 대안이라며 나온 지하철의 '임산부 좌석' 표지판. 저출생 위기를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장지용

저출생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인력 수급 대책에 뭔가 빠진 퍼즐이 있다. 바로 장애인 고용 활성화라는 대안을 꺼내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외국인 카드를 당연한 카드인 양 생각하는 집단들이 많이 있어서이다.

저출생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 속에서 장애인 고용 실적, 특히 발달장애인 고용 실적이 점차 개선돼가고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 빈곤 문제 해결 등에 비춰봤을 때는 아직도 ‘돌봄 부담 해소’와 ‘다른 일에 시간 쓰지 못하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요소는 아직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뛰어넘어 경제와 산업 분야의 역전 카드로서의 장애인 고용 카드를 만지작대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청년 장애인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기존의 장애 청년 관련 사업들도 발달장애 청년의 증가에 대비한 현실을 고민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필자는 이제 상층부 고용에서의 발달장애인 확대를 더 원하는 편이 되었지만, 이는 고인지-고기능-경도 발달장애인과 상대적 경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한국 장애인 정책 중에서 의외의 소외집단이 바로 경증 발달장애인으로, 필자는 여러 차례 경증 발달장애인 집단의 애로사항을 토로한 적이 있었으며 최근 연구 결과 '발달장애청년의 정책소외 실태와 정책과제'(박광옥, 청소년정책연구원, 2023)에서도 그 어려움이 증명된 상황이라서 더 그런 것이다.

이러한 상층부 고인지-고기능-경도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는 필자가 자주 해법을 제시했으니 다시 거론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 고용 전반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고용을 강화할 시점도 바로 지금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더 빠를 때가 간혹 있어서이다.

상대적으로 중등도 이상의 발달장애인의 경우 고용 대책이 당사자에게는 생활 대책의 가장 거대한 축으로 발전할 것이며, 국가와 산업 분야에서는 유휴 인력 활용 대책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산업계는 최근 미국-유럽연합 등의 ESG 경영 강화 방침에 따른 사회적 책임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실현하기 쉬운 가장 빠른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몇몇 분야는 발달장애인에게도 가능할 것이지만 정작 인력 수급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거나, 해당 인력을 발달장애인 인력으로 충원하면 자연히 인력 수급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분야도 간혹 존재한다. 일부 제조업의 가벼운 공정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인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가벼운 공정이라고 해도 생산직 노동자 공급에서 애로사항을 겪고 있으며, 고용 유지 등의 이슈로 인해 대체로 불안정한 상황임이 여러 상황으로 증명된 것이 원인이다. 현재 생산직 고용이라고 해도 경쟁이 치열한 것은 현대자동차 등 대공장-고임금인 사례에서만 그러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모 사무실 휴게실에 비치된 빵 조각들. 안내문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장애인 작업장과의 연계고용으로 받은 빵이라고 한다. ⓒ장지용
서울 중구 모 사무실 휴게실에 비치된 빵 조각들. 안내문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장애인 작업장과의 연계고용으로 받은 빵이라고 한다. ⓒ장지용

물론 연계고용이나 문화체육 인력으로서의 발달장애인 고용 등도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어도 ‘옵션’ 중 하나로서는 가능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새 직장에서는 사내 휴게실의 제과제빵 분야를 장애인 작업장과의 연계고용 형식으로 위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원칙적인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위기 타개책으로서의 ‘옵션’ 정도의 해결 방식으로서는 적합할 것이다.

저출생 위기 속에서도 발달장애인 고용은 한가지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는 좋을 것이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인력 수급 문제는 마치 거의 세계대전 수준급의 인력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다행인 지점은 이제 장애인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정부와 재계는 장애인 인력, 특히 늘어나는 발달장애인 인력 공급을 통한 ‘일부 직무에서의 발달장애인 고용’으로 그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으로 충당하던 단순 업무 인력도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 직원 상시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필자가 합류한 새 직장도 이러한 방침에 따라 필자가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외국인 인력 투입도 좋은 대안 중 하나이지만, 현재의 외국인 정책으로선 정부가 기대하는 이주민 인력은 유입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고학력 인재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국의 매력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에야 한국의 매력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주민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아직 이중적인 감정을 품는 등 완전한 이주민과의 통합 이슈로 가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부가 원하지 않는 이주민’의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대안 중 하나는 어떻게 보면 발달장애인 고용에 있다.

저출생 위기는 향후 20년 이상은 해결되지 않을 이슈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 고용 해결책을 적용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전체 장애 인구 중 발달장애인 비중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발달장애인 고용은 대책이 될 것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은 결국 당사자에게는 사회 참여의 기회 제공과 경제적 성취를 통한 개인의 안정을, 부모에게는 돌봄 부담의 감소를, 재계에게는 유휴 인력 활용으로 인력 수급 위기 해결과 ESG 이슈 해결을, 정부에게는 ‘할 일 없는 장애인들’의 활동 제공으로 일부 장애인 단체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세금수입 증대, 사회복지 예산 절감을 노리는 등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없는 ‘모두에게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함께 장애 인구 비중의 상대적 증가,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증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다. 이제 돌봄 부담의 해소를 위해서도 발달장애인 고용은 대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의 관점에서는 안 그래도 인력 수급 위기도 발생했고,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정책 환경의 변화로 다른 분야와의 예산 조정도 시급한데 각종 감세 요구 와 증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증대 등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도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 고용은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강경 투쟁 위주의 장애인 단체를 제어하는 수단으로서도 장애인 고용은 한가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미 ‘권리중심 장애인 공공일자리’가 사실상 장애인 시위 참여 수당 등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기에 그런 것이다.

재계도 인력 부족 문제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숙련 노동자 이슈는 장기적으로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 고용으로 일차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

부모도 자신의 고령화와 은퇴에 따른 돌봄 부담 증가를 발달장애인 고용으로 한시름 줄이고 그렇게 비게 된 시간을 자신의 삶을 챙길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사회 참여 증대와 경제적 여유 확보, 일상 보장을 통한 생활 상황의 안정 등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은 이제 저출생에 따른 인력 수급으로서의 대안으로도 꽤 쓸모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버려질 인력도 끌어모아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가지 알레고리를 짚고 끝낸다. 미국의 강경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는 “흑인 인권을 발전시킨 백인이 있다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그자는 아돌프 히틀러와 이오시프 스탈린이다”라고 답변했다. 백인들을 전쟁에 끌어들인 그 장본인들이 결국은 흑인 인력까지 불러야 할 정도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그만의 블랙 유머가 섞인 비판이었을 것이리라.

아마 필자도 비슷한 답변을 하지 않을까 싶다. “발달장애인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 계기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저출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요”라고 말이다, 저출생과 세계적인 전쟁 위기가 발달장애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3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