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병원일수록 장애인 전담 도우미 필요
- 대학병원보다 익숙한 동네병원 선호하기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동수(가명) 씨는 평소 병원을 가야 할 때면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보다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동네병원을 방문하길 선호한다. 대학병원이 더 ‘전문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동수 씨에게는 접근성적인 측면에서 대학병원보다 작은 병원이 훨씬 더 이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동수 씨는 “시각장애가 있으면 일단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에서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기 일쑤라서 너무 불편하다”면서 “큰 병원일수록 각 절차를 담당하는 곳이 디테일하게 되어 있지만, 이게 시각장애인에게는 혼자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수 씨에 의하면 동네에 있는 병원은 대학병원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에 병원 입구를 들어서면 접수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가 동수 씨의 이름이 호명되면 진료실로 들어가서 진찰을 받으면 된다. 동네병원이라서 몇 번 가 보면 접수처와 진료실의 위치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도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히기 때문에 동수 씨 혼자 병원을 방문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대학병원은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접수처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야만 한다. 또 접수처를 찾더라도 바로 접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기번호표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시각장애가 있는 동수 씨는 번호표의 숫자도 보기 어렵고, 동수 씨가 받아든 번호표의 번호가 떠도 역시 보지 못한다.
어렵사리 접수를 해냈더라도 다음엔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몇 층으로 가야 하는지, 해당 층을 찾아서 올라가더라도 진료실 옆에 있는 전자보드에 동수 씨 이름이 뜨는 것도 확인하기 어렵다. 진료를 무사히 마치더라도 결제하기 위해 접수처를 다시 찾아야 되고(번호표 문제 반복),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야 한다면 병원을 나와 약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동수 씨는 “그래서 존재하는 제도가 활동지원제도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장애인들 중에도 병원처럼 건강 관련해서는 가급적 혼자 다녀오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활동지원사와 병원에 동행하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지만,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느라 예정에 없던 활동지원 바우처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깝게 여겨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수 씨는 “개인적으로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일수록 ‘장애인 도우미’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장애유형별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도우미가 대기하고 있다가 장애인이 병원에 방문해서 지원을 요청하면 매칭되어 접수부터 진료, 결제에 이르는 병원에서의 과정을 동행하며 지원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있으면 정말 편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수 씨가 희망하는 장애인 도우미는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 안전하게 기차나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병원을 방문한 사람이 시각장애인인 경우 접수처에서 번호표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부터 진료와 결제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받고, 청각장애인인 경우에는 문자나 수어통역으로 접수와 진료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받는 것이다.
동수 씨는 “일부 병원에서는 청각장애인이 병원을 방문하면 수어통역이 가능하도록 수어통역사가 대기하고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런 사람(수어통역사)이 청각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애유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하는 장애인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로 창출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59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