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유일의 응급의료기관 폐업
문턱 높은 양산부산대 응급실 외
남은 응급실 응급의학 의사 없어
‘응급실 뺑뺑이’ 일상이 된 상황
“의료 공백, 웅상만의 문제 아냐”

2024년 3월 18일. 양산지역 유일의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었던 웅상중앙병원이 폐업한 날로, 벌써 1년이 지났다. 의료계 파업 사태와 맞물리며 양산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의료대란을 겪고 있다.

웅상만이 아닌 양산의 의료공백
"웅상지역 의료공백 문제라고요? 아뇨, 양산시민 모두 밤에 아프면 갈 곳이 없어요"

최근 연휴나 주말 혹은 밤늦게 아파 보거나 아픈 가족이 있는 양산시민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다. 응급실에 환자 수용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는 이제 양산지역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3월 폐업한 웅상중앙병원은 웅상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인 동시에, 양산지역 유일의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었다.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학전문의가 24시간 진료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응급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 양산은 24시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으로, 문턱이 높은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권역응급의료센터)만으로는 양산시민 비상응급 대응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응급의학의사 없는 양산 응급실
현재 양산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양산부산대병원, 베데스다복음병원, 본바른병원 등 3곳이다. 하지만 응급의학전문의 24시간 진료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곳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하는 종합병원급 응급의료는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4단계로 나뉜다. 이들 기관은 응급의학 전문의와 응급실 전담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고 음압격리병상을 비롯한 응급장비·시설을 갖춰야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정하는 응급의료가 아닌 신고를 통해 운영하는 지역응급의료시설(일반 응급실)이 있다. 베데스다복음병원과 본바른병원이 지역응급의료시설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당직 근무를 하는 형태다.

때문에 응급환자 증상에 따라 해당 의사가 당직 근무를 하지 않으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119구급대나 환자 보호자 등이 환자 수용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사실상 '응급실 뺑뺑이'가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최근 의료파업과 맞물리며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산부산대병원은 호흡곤란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중증환자가 아닌 이상, 발열이나 복통 같은 증상으로는 응급실에 출입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9월부터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이 90%로 인상, 진료비 부담도 상당히 커져 응급실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김해중앙병원 폐업과 다른 상황
이 같은 양산 응급의료에 대한 불안은 지역 유일 응급의료기관이었던 웅상중앙병원이 폐업하면서부터 더욱 커졌다. 웅상만의 문제가 아닌 양산 전역으로 봐서도 24시간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경남은 현재 지역응급의료기관 24곳이 운영 중으로, 18개 시·군 가운데 양산시·함안군·하동군만 부재인데다, 시 단위는 유일하게 양산만 없는 상황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보다 한 단계 높은 지역응급의료센터 7곳도 창원(4곳)·진주(2곳)·김해(1곳)에 고루 배치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종합병원 폐업을 겪은 김해와는 확연히 비교가 되고 있다. 김해 역시 452병상의 지역 최대 종합병원이자 응급의료센터인 김해중앙병원(경희대학교 교육협력중앙병원)이 2023년 폐업했다. 하지만 응급의료센터 외 응급의료기관이 4곳 더 있는데다, 김해중앙병원 폐업 직후 김해복음병원을 응급의료센터로 재지정해 개소했다. 이에 현재 김해는 응급의료센터 1곳, 응급의료기간 3곳으로 김해중앙병원 폐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너진 의료체계, 이대로 안된다
양산도 응급의료기관이 1곳 더 있었다. 베데스다복음병원이 1996년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지역 응급의료를 책임져 왔었다. 하지만 2020년 응급실 전담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지정을 반납하고, 현재 응급의료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웅상중앙병원 폐업 이후 베데스다복음병원의 응급의료기관 재지정을 여러 차례 검토하고 병원 측에 제안했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 수급의 어려움 등의 문제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최근 양산시민들이 자주 겪는 '응급실 뺑뺑이'가 의료파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는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산은 의료파업이 아닌 지역 의료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웅상중앙병원 재개원은 물론 지역응급의료기관 확대 등을 민·관·정이 머리를 맞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웅상중앙병원 전경 /사진=웅상중앙병원
웅상중앙병원 전경 /사진=웅상중앙병원


※기사원문-양산신문(https://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 idxno=115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