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국인과의 대화에 ‘실시간 통역’이 청각장애인에게 맞는 기능으로도 적용 필요
- 청각장애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의 이곳저곳으로 스며들고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청각장애인에게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역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누군가와 대화 또는 통화를 할 때, 속기사나 수어통역사와 같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부터 통역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것처럼, 청각장애인의 삶에 인공지능은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걸까.
‘실시간 통역’은 좋은데…
A 씨가 이번에 스마트폰을 가장 최신형으로 교체하면서 크게 기대했던 기능이 통화시 ‘실시간 통역’ 기능이었다. 상대방과 통화를 할 때, 인공지능이 상대방의 음성을 문자로 통역해주는 기능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A 씨는 큰 기대를 하며 지인과 통화를 통해 ‘실시간 통역’기능을 활용했다.
하지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통화의 흐름을 체감한 A 씨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통화 내용이 실시간으로 통역되는 기능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데, 설정에서 ‘본인’과 ‘상대방’의 언어 둘 다 한국어로 설정이 되지 않는다”면서 “말하는 사람 중 일방은 한국어가 안 되니까 한국말을 해도 인공지능은 그걸 영어로 ‘통역’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A 씨에 따르면 A 씨가 한국말로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말한다. 그럼 스마트폰 너머의 상대방이 하는 말은 A 씨가 청각장애가 있어서 못 들으니까 A 씨의 스마트폰에 있는 ‘실시간 통역’기능에서 통역해줘야 하는데, 그게 A 씨와 상대방 모두 ‘한국어’로 설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이 하는 말은 한국어여도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통역이 된다.
A 씨는 “스마트폰에 있는 ‘실시간 통역’이라는 기능은 냉정히 보면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외국인과의 대화에 사용하기 위한 기능 같다”고 아쉬워하며, “그래도 외국인과 하는 대화가 이렇게 실시간으로 통역되는 거라면, 청각장애나 언어장애인도 대화나 통화를 할 때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통역이 되는 것도 분명 가능하지 않을까”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 누가 말하는 거예요?
음성 변환 앱인 transcribe는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 주변에서 말하는 음성을 문자로 실시간 번역한다. 발음이 부자연스럽거나 어려운 고유명사가 아닌 한 대부분의 음성을 정확하게 문자로 변환해낸다.
일상생활에서 이 앱을 많이 사용한다는 B 씨는 “이 앱은 일대일로 대화할 때는 정말 많이 유용한데, 두 명 이상의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앱 자체에서 목소리를 기억하고 해당 목소리를 글자체나 크기, 색깔 등으로 특정해서 발화자를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앱은 ‘음성’ 자체만을 문자로 번역하는 기능이 주된 특징이다. 변환되는 글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한국어뿐만 아니라 원하는 외국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번역되는 문자의 내용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발화자의 정확한 구분까지는 쉽지 않다. 발화자가 두 명 이상인 경우, ‘ㅇㅇㅇ입니다’라고 본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밝힌 후 말하는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B 씨는 또 “앞서 소개한 ‘실시간 통역’보다 통화에 이 앱이 적용되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통화를 할 때 이 앱도 함께 실행시켜서 통화 상대방이 하는 말이 앱에 문자로 실시간 변환되면 자연스럽게 통화가 가능할 텐데, 그건 안 되더라”고 아쉬워했다.
이 앱은 ‘한국어’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통화 시에 상대방이 하는 말도 변환이 가능하다면 청각장애인의 통화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 통화 중일 때 앱을 동시에 실행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다른 스마트폰에서 통화가 이뤄지고 있을 때 상대방의 목소리는 다른 스마트폰에서 실행되고 있는 앱에 문자로 잘 변환된다.
A 씨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런 앱이나 기능을 만드는 건 정말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로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겠지만, 청각장애인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앱이나 기능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할 때 꼭 청각장애인들도 함께하며 의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바람대로 청각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해도 음성이 문자로 실시간 변환되는 걸 보며 자연스러운 통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 두 명 이상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앱이 발화자를 잘 구분해서 문자로 변환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청각장애인의 삶이 좋아진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1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