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립을 위한 작은 한걸음 소통

[더인디고]-안승준의 다름알기-이글스의 연승
작성일
|
2025.05.12
조회수
|
23
작성자
|
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안승준의 다름알기]-이글스의 연승

▲11일 한화 이글스의 야구경기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11일 한화 이글스의 야구경기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요즘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 이글스는 지는 법을 잊었다. 2주가 넘도록 연일 승전가를 부르더니 어느새 연승의 숫자를 두 자리로 늘렸다. 아기 키우느라 열심히 보지 않던 야구 중계도 틈틈이 보고 있다. 투수들의 투구가 누구 하나 콕 집을 수 없을 만큼 모두 예술이다. 선취점을 내면 뒤집힐 염려가 없고 조금 지고 있더라도 곧 역전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잘 살펴보지 않던 선수들의 개인기록까지 샅샅이 살펴보는데 생각지 못했던 재미난 것이 보였다. 성적이 좋다 보니 이글스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정말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그 숫자가 0인 투수는 하나도 없었다. 시즌 초반에 열 경기도 넘게 한 점도 실점하지 않은 투수가 있었긴 했지만, 어느새 시즌이 지속되면서 그 숫자는 0이 아닌 곳으로 옮겨졌다.

이글스의 투수 아닌 다른 팀의 선수들을 보더라도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0인 경우는 없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고 하더라도 매일 잘할 수는 없고 매번 실점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느 경기에선가는 안타를 여러 개 맞기도 하고 ‘아차’하는 순간에 홈런을 맞기도 한다. 리그에서 최상위에 있는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한두 번의 실수로 그 선수에게 박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선발투수는 한 시즌에 30번 정도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중 열 번 정도만 승리를 기록해도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는다. 한 경기에서 평균 두세 점 정도 주는 것은 매우 잘했다고 평가받는다. 반대로 말하면 출전하는 경기중 절반 이상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실패한 투수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어떤 경기는 다른 투수들의 도움으로 다시 이긴 경기가 되고 어떤 날은 타자들의 도움으로 실점을 많이 해도 승리투수가 된다. 작은 실수에 너무 연연해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

정말 잘하는 투수는 홈런을 맞은 이후에도 투구의 일관성이 깨어지지 않는다. 한두 경기 짧은 슬럼프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시즌의 일부라 여기고 빠른 시일 내에 좋은 투구 감각을 되찾는다. 지금 이글스의 연승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완벽한 투수들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작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들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살다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풀리는 것 같은데 나만 뭔가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렇지만 동료들과 친구들과 속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고민 하나 없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딘가에 속상한 일도 있고 누군가와 다투기도 하지만 그냥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을 뿐이다. 그 또한 삶의 일부려니 하고,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여유 있게 살고 있을 뿐이다.

아직 많이 오래 살아보지 않아서 장담하긴 좀 그렇지만 내가 만나본 이들 중 완벽하게 행복한 삶을 사는 이는 보지 못했다. 잘 풀리는 날도 있고 쓰리게 아픈 날도 있지만 길게 보면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가 우리가 보기에 꽤 많이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글스의 연승은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분명히 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실패나 끝이 아닌 과정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홈런을 맞더라도 다음이 담담할 수 있는 투수만이 개인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다. 지는 날이 있어도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팀이 최종 순위표의 상단을 차지할 수 있다.

평균자책점이 0인 투수는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매 순간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이는 없다. 안타 한두 개 홈런 한두 개 맞아도 투구 리듬이 깨어지지 않는 좋은 투수들처럼 때때로 힘들고 속상해도 괜찮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우리 인생의 연승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 잘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그렇다. 절반 정도만 잘해도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완벽에 목말라하는 것보다 작은 실패에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더 빠른 길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2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