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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땡큐대디" 포스터. ⓒ  네이버영화

【에이블뉴스 박선희 칼럼니스트】줄리안은 뇌병변 장애인이지만 여느 십대 청소년처럼 장나치길 좋아하는 소년이다. 훨체어 운전을 기막히게 잘한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턴까지. 스포츠는 살아있다! 이 카피가 아주 잘 어울린다.

줄리안은 장애인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역사중 장애인 조연이 많이 나온 테이터를 뽑는다면 너끈히 순위 안에 들거다.

편마비로도 자전거 묘기를 부릴 정도로 잘타는 파블로는 줄리안의 베프다.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함께 하면 심각하던 고민도 별일 아닌게 된다.  

줄리안의 아빠는 산 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수리하는 일을 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산다. 그런 아빠가 어느날 연락도 없이 돌아왔다. 줄리안은 누나와 함께 아빠를 반갑게 기다렸지만 아빠는 손 한번 쓱 흔들고 아랫마을 친구를 만나러 간다. 줄리안 남매는 실망하는 모습도 잠깐 바로 체념한 얼굴로 집안으로 들어간다.

줄리안은 어느 때부터 집에 아빠가 없는걸 알았다. 아주 가끔 손님처럼 왔다가 바쁜 사람처럼 서둘러 떠났다. 그런 아빠가 낯설고 서먹하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아빠의 정이 그리웠다. 엄마는 아빠에게 아들한테 관심 좀 가져보라고 쏘아 붙이지만 부부 사이도 소원하긴 마찬가지다.

어느날 아빠의 창고에서 예전의 아빠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 아빠는 철인3종 경기 우승 선수였다. 보통 운동 좀 한다 하는 사람도 세가지 운동을 이어서 하기에 힘든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데 줄리안의 아빠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줄리안은 사진을 보고 꿈이 생겼다.

아빠와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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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땡큐대디" 포스터. ⓒ  네이버영화

물론 돌아온 대답은 "ca ne va pas!"였다. 제 정신이냐는거다.

아빠가 이 나이에 이 체력에 너 몇키로야? 48키로! 그래 48키로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너는 약한 애야. 네 몸으로 15시간을 뙤약볕 아래서 버틸수 없다고. 싸 느 바 빠!

줄리안은 나는 할 수 있어 란 메모를 남기고 가출했다.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메모를 발견한 가족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엄마, 누나, 아빠, 아빠친구, 파블로 모두 줄리안을 찾아 나섰다. 

낮에 가출했는데 어느새 밤이다. 줄리안의 휠체어 옆으로 쌩쌩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스쳐간다. 지구 끝까지 가버리고 싶은 줄리안의 마음을 몰라주는 휠체어는 띠~띠~소리 뒤로 멈춰버렸다. 

다음날 학교에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얘들이 수업을 보이콧 하면서 줄리안 아빠와 면담을 신청했다고. 

"우리는 너무도 달리고 싶어요. 누구보다 우리 맘을 잘 아실거 같은 분이... 제발 줄리안의 말을 들어주세요."

그렇게 그들은 참가하게 되었다. 철인 3종경기. 무려 비장애인 경기에. 아빠는 자전거 앞좌적에 보조의자를 붙여서 줄리언에게 곳곳에 안전띠를 매고 안전모를 씌우고 달렸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때 줄리안은 생전 처음  바람느꼈다. 새가 된 기분, 하늘을 나는 기분, 바람이 된 기분...

아빠와 하는 고된 연습이 허탕이 될 위기에 놓였다. 위원회로 부터 장애인이라 참가할 수 없다는 통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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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땡큐대디" 포스터. ⓒ  네이버영화

줄리안은 베프 파울로와 함께 새벽 기차를 타고 위원회를 찾아갔다. 줄리안의 열정에 그들은 설득당했다. 참가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오자 포기하고 있던 아빠는 "이 남자 고집있네" 하며 줄리안의 어깨를 툭 친다. 아빠가 진정으로 아들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굴러 다치기도 했지만 어느 것도 줄리안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시합일은 다가오고 그들은 땀으로 엮은 부자의 정을 쌓아가지만 그 힘든 여정을 완주할 수 있을까? 맨몸으로도 도전할 엄두가 안 나는 길을 아들이라는 무게를 품고서.                                

영화에서 줄리안이 아빠와 도전하는 경기는 트라이애슬론 이라는 경기로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달리는 극한의 어려움이 따르는 경기이다. 

패럴림픽에도 철인3종 경기는 있지만 비장애인 위주로 짜인 트라이슬론 경기는 보통의 체력과 의지로는 엄두도 못낼 일을 줄리안은 도전한 것이다. 혼자 몸으로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줄리안의 아빠는 줄리안을 태우고 도전하는 모습은 감탄을 넘어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더 놀라운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어떤 줄리안이 실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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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땡큐대디" 포스터. ⓒ  네이버영화

철인3종이나 패럴림픽처럼 엄청난 경기는 아닐지라도 장애인에겐 일상의 하나하나가 도전이 된다.

장애인에겐 뭐든지 처음인 시간을 겪는다. 중환자 딱지 떼고 처음 휠체어에 앉았을 때 얼마나 감동스럽던지. 아직 목도 못 가 눠 머리까지 받혀주는 길다란 휠체어에서도 앉아서 보는 병실 분위기는 생동감 넘치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뭐든지 조금씩 하다보면 어제가 쌓인다. 어제가 쌓이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하던 몸도 마음에도 단단한 굳은 살이 생긴다. 

운동에 대한 도파민을 마구 뿌려주는 줄리안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저기 마음 깊은데 가라 앉아있던 방랑자의 기운이 솟구친다. 우리 어디라도 떠나자. 어제가 방 안 이었다면 오늘은 복도까지. 어제가 복도였다면 오늘은 집 앞까지 굴러가 보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보다 한바퀴만 더!

*영화에서 줄리안을 연기한 파비앙 에로는 실제로도 뇌병변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사용한다. 영화출연 후에도 장애인 인권과 권익과 관련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땡큐 대디

프랑스 영화. 2015년 개봉

감독: 닐스 타베르니에

주연: 자크 검블린. 파비앙 에로. 

           알렉산드라 라미

영화보기: U+모바일. 웨이브. 왓차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