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립을 위한 작은 한걸음 소통

〔더인디고〕“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도 좋아졌으면”
작성일
|
2025.08.29
조회수
|
47
작성자
|
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도 좋아졌으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못지않게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과 휠체어뒤의 사람 뒷모습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못지않게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픽사베이
  • 활동지원사도 더 좋은 조건 일자리 있으면 떠나는 환경
  • 만족하며 오래 일할 수 있게 처우 개선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청각장애가 있는 민석(가명) 씨는 지인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갔다. 뮤지컬은 주최측으로부터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되었기에 민석 씨는 뮤지컬이 끝난 후 감사 인사를 하러 갔다. 민석 씨가 하고싶은 말을 수어로 하자, 지인인 수어통역사가 민석 씨의 수어를 보고 뮤지컬 주최측에 음성으로 통역했다.

이어 뮤지컬 주최측 대표가 민석 씨에게 하는 말은 수어통역사가 수어로 민석 씨에게 통역했다. 수어통역을 통해 대화가 이루어지는 걸 보며 뮤지컬 주최측 대표가 민석 씨에게 물었다.

“우리 뮤지컬도 이분에게서 수어통역을 받으며 보셨나요?”

그렇다는 민석 씨의 대답에 대표는 다음 뮤지컬에는 수어통역사를 무대에 세우면 좋겠다면서, 그 자리에서 민석 씨의 지인인 수어통역사에게 일정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인사를 하고 공연장을 나온 민석 씨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졌다. 다음 뮤지컬에는 지인이 무대에서 수어통역을 하게 되었으니 사례비도 받고 좋은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인이 무대에서 ‘일’을 해야 하게 된 만큼 평소처럼 ‘지인’으로서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민석 씨는 “지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기분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 생각하면 왠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뮤지컬에 수어통역을 지원하는 건 분명히 필요하지만, 저와 함께 뮤지컬을 즐기던 지인이 그 수어통역을 담당하게 되면서 저는 이제 혼자 뮤지컬을 봐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민석 씨는 “지인은 그저 수어통역사 자격이 있을 뿐 저의 지원인력은 아니고 친구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며 “수어통역뿐만 아니라 속기사, 아니면 어떤 전문인력이 장애인과 함께 있다가 더 좋은 조건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민석 씨에 의하면, 주변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지인의 활동지원사는 ‘금손’이라 불릴 만큼 여러 재능을 겸비하고 있다. 민석 씨의 지인은 그런 활동지원사로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활동지원사가 다른 곳으로 취업하게 되어 활동지원사를 그만 뒀다고 한다. 활동지원사보다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이다.

민석 씨는 “수어통역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활동지원서비스 이야기를 하니까 뜬금없이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튄 거 같아 민망하긴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가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원해주는 인력 역시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사든 활동지원사든 처우가 많이 좋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 장애인의 활동지원사는 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며 근무해도 연차가 따로 오르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그에 대한 적용을 받지만,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혜택이 없다. 그렇다 보니 오랜 기간 근무하기 힘들 수 있고,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게 되면 떠나게 되는 것이다.

민석 씨는 “국가에서 장애인들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못지않게 장애인과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많이 기울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3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