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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나이 많아도, 바빠”도 질서있게 엘리베이터 이용했으면”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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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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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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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나이 많아도, 바빠”도 질서있게 엘리베이터 이용했으면”

지하상가든 지하철역이든 휠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려고 할 때, 휠체어보다 먼저 타고 먼저 내리려는 사람으로 인해 사고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지하철역이든 휠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려고 할 때, 휠체어보다 먼저 타고 먼저 내리려는 사람으로 인해 사고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 ©박관찬 기자
  • 휠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에 대한 올바른 교육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휠체어를 이용하는 미숙(가명) 씨는 지하상가에 볼일이 있어서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아무도 없어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른 뒤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어르신 세 명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어르신 두 명은 미숙 씨의 휠체어 뒤에 줄을 섰는데, 다른 한 명의 어르신은 미숙 씨 앞으로 가서 서는 것이었다. 미숙 씨의 휠체어와 엘리베이터 사이의 공간이 조금 있긴 했지만 줄을 서지도 않고 미숙 씨의 휠체어와 엘리베이터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첫 번째로 탈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은 것이다.

먼저 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미숙 씨는 순간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참을까 하다가 마음을 먹고 앞에 서 있는 어르신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저기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줄을 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르신은 미숙 씨의 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내며 미숙 씨에게 말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르신보고 무슨 줄을 서 달라 마냐에요? 나이 많은 사람이 당연히 먼저 타야지!”

미숙 씨는 기분이 나빴지만 꾹 참고 휠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 어르신은 미숙 씨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기어이 먼저 탔다. 뿐만 아니라 지하로 내려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내렸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숙 씨는 “사실 이런 경험은 지하상가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로, 꼭 휠체어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줄을 서지 않고 무작정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려는 어르신들을 종종 접한다”면서 “어르신에게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필요하고 또 엘리베이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미숙 씨는 “물론 줄을 서서 질서도 지키고 먼저 타라고 양보해주시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도 “무조건 어르신 먼저가 아니라, 특히 휠체어가 있는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야 될 때 지켜야 되는 순서 같은 걸 의무적으로 교육했으면 좋겠다. 혹시 몰라서 어르신이 먼저 내리려다가 휠체어랑 부딪치거나 하는 사고라도 날까 늘 불안하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미숙 씨에 의하면, 지하상가에서의 에피소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지하상가 엘리베이터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을 때는 편하게 혼자 이용할 수 있을 때가 종종 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때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빨리 타거나 내리려고 하듯이, 엘리베이터도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려고 하기 때문에 늘 ‘전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미숙 씨는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타는 곳으로 갔는데, 마침 지하철이 막 들어서고 있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휠체어 양쪽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휠체어가 먼저 내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휠체어가 좁은 엘리베이터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비집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미숙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휠체어가 먼저 내리는 게 편하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먼저 내리고 빈 공간의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를 돌려서 여유 있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먼저 내리면서 휠체어와 엘리베이터 사이에거 계속 부딪치거나 하는 부분에 신경 쓰이는 게 많다고 한다.

미숙 씨는 “저는 개인적으로 구청 같은 곳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 중에 엘리베이터 이용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꾸준히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휠체어의 순서나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 꾸준히 교육을 진행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양보도 하는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엘리베이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미숙 씨가 예로 든 게 지하철내 임산부석이다. 사람들이 분홍색의 ‘임산부석’을 보고 앉지 않듯이, 휠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미숙 씨는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마다 진행하는 주민 대상의 다양한 교육에도 잘 찾아보면 분명히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저와 같은 휠체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행위 하나로 인해 기분 나빠지는 일보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서 기분좋게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4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