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체전 수영 4관왕…금 4개·은 1개
직장서 양팔 잃어…1년 동안 발차기 훈련만
반다비 센터서 장애인 대상 수영 강사 겸임
많은 지체장애인, 탈의 문제로 수영 꺼려해
"수영은 신체활동 넘어, 자신을 보이는 용기"

천영조(동면·57세) 선수는 경남 장애인 수영계의 전설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0년 직장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양팔을 잃는 큰 시련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활을 위해 수영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양팔 없이 수영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에 뜨는 것조차 큰 도전이었기에, 1년 동안 매일 1km씩 발차기만 연습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끈질긴 노력 끝에 그는 결국 양팔 없이도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선수로서의 꿈을 품은 뒤, 빠르게 자리 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양산시 선수로서 경남도 대표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하여 양산시가 수영 종목에서 획득한 모든 메달을 휩쓸었다. 그의 성과는 금메달 3개(접영 50m, 평영 100m, 혼계 400m)와 은메달 1개(배영 50m)로, 총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그는 반다비체육센터에서 장애인 수영 지도자로의 길도 걸으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수영을 통해 재활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장애인으로서 수영을 접했을 때,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 큰 도전은 자신의 신체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지체장애인들은 재활 목적이라 하더라도 수영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천 선수는 "장애인들에게 수영이 단순히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신체 활동을 넘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0년도에 회사에서 근무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양팔을 잃었습니다. 이후 긴 재활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2005년에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창원의 한 수영장에서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며 성장하는 저 자신을 느꼈고, 그 순간이 저를 수영 선수로서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 노력의 결실을 보았어요. 바로 목포 전국체전에서 접영 50m 부분 첫 동메달을 획득했었죠. 그래서 이 대회에서의 입상이 가장 기억에 남고, 본격적인 선수로서 시작을 알린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장애를 안고 난 후, 다시 수영을 접했을 때 어땠나요?
다치기 전에는 자유형과 배영을 자유롭게 했었지만, 사고 이후 수영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킥판 하나만 잡고 하루에 발차기로 1km씩 나아가는 훈련을 했습니다. 무려 1년 동안요. 힘들고 지루할 수도 있는 훈련이죠.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물 위에 몸이 뜨기 시작했고, 점점 장비 없이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장애인들에게 수영은 적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의지도 중요합니다. 비장애인보다 두 배, 어쩌면 그 이상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한다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충분히 수영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그 성취감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지적장애인 대상으로 수영 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저는 반다비체육관에서 장애인 성인 및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적장애인 15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체장애인 대부분 신체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학습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고난이도 학습이 필요한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영은 다릅니다. 본능적인 움직임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즐거워서인지는 몰라도 수영만큼은 비교적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더라고요. 지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무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적입니다.
과거 제가 가르쳤던 한 학생은 청소년부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성장했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제자들이 패럴림픽 무대에 헤엄치는 걸 보는 게 이제 작은 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자율적으로 물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 학생을 둔 부모님들께 자녀가 한 번쯤은 수영을 배워보도록 권하고 싶어요.
▶ 지체장애인이 수영을 꺼리는 이유는?
지체장애인이 수영을 꺼리는 이유는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은 재활 치료의 효과와 동시에 심리적 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수영하려면 반드시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는 장애인으로 판정된 원인인 자신의 신체를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선택입니다. 이 결정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체를 숨겨와 자존감이 떨어진 지체장애인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불편한 신체로 수영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이전의 가장 큰 문제이죠.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곳에서 자신을 마주할 용기도 부족해요. 저도 그랬었고요. 그래서 수영은 지체장애인들에게 매우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운동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장벽을 극복한다면 어떨까요? 수영을 통해 장애를 뛰어넘는 자신감을 얻고, 또 다른 긍정적인 삶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실제로 수영을 꾸준히 하는 지체 장애인들은 비교적 높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제 몸을 세상에 보여주기 싫었고, 첫 시도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영광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당시의 제 선택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수영은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행동이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자신을 드러내고,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극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신체를 건강하게 하거나, 하나의 취미로 두기에도 수영은 너무나 좋은 운동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수영은 하고 싶은데, 앞서 전한 이유로 포기한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
선수로서는 지금처럼 꾸준히 수영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수영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늘 진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대회에서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믿고 있고, 지금까지도 그랬습니다.
강사로서는 언젠가 제자들이 패럴림픽 무대에 헤엄치는 걸 보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장애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며 성장을 돕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