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장애인 부모,우울증 겪어봐
부모 치료 위한 환경·제도 절실
장애인 가정, 경제적 어려움 처해
장애인부모연대 양산시지부 고충
"소통창구인 민관협의체 필요해"
"장애 가정 늘지만, 지원 제자리"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을 돌보는 부모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양산시지회(회장 박경만, 이하 부모연대)에 따르면 지역 내 많은 장애인 부모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당수가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연대는 이러한 심리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모였지만, 예산이 부족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특히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의 치료 및 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활동은 필수적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돌볼 여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박경만 지회장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직면한 어려운 현실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실질적인 지원과 복지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장애인 부모들이 겪는 고충과 파생되는 문제
전국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경제적·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은 때론 존속살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낳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3건의 발달장애인 자녀 살해 사건이 발생했고, 코로나 시기부터 경제적 어려움 등이 발생해 그 수가 약 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돌봄 부담'이 30.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경제적 문제'가 23.1%, '정신건강 문제'가 17.3%로 나타났다.
특히 돌봄 부담에서는 부모가 기력이 다해 더는 자녀를 간호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강하게 드러났으며, 경제적 문제는 생활고와 장애 자녀 양육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중심이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부모의 사례가 두드러졌다.
연구 내용을 통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양육 과정에서 높은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하며, 낮은 소득과 의료·복지 서비스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다층적인 위기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가족 중 58.9%는 자살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달장애 부모 중 43.5%는 자살생각 위험군으로 제시되었다.
해결방안으로는 실태조사와 부모의 돌봄부담 감소 및 정신건강지원체계 구축 등을 제기했다.
■ 장애인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부모연대 소속 부모들에 따르면 양산의 많은 장애인 부모들은 경제적 문제와 돌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본지 기자가 부모연대 몇몇 회원을 만난 결과,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이 일반 가정보다 훨씬 큰 시간과 체력 소모를 겪고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확인했다.
특히 지체장애나 자폐성 장애 등을 가진 자녀를 돌보는 가정의 경우, 등·하교와 일상생활 전반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관여와 도움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부모들의 경제활동 시간은 줄어들어 수입이 일반 가정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치료비 등 필수 지출은 되레 더 많아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장애인 부모는 "관내 치료 시설의 수업료가 과목당 40분에 4만 원에 이르며, 장애인 자녀 두 명을 둔 그의 가정에서는 월 150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애 자녀의 교육은 기본적인 필요임에도 비장애인 가정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며 "정부의 재활바우처 지원금액도 치료비 상승 폭에 맞춰 현실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장애인 가정은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신체적 피로와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창구는 없다시피 한다.
■ 장애인 삶의 연대 역할 부모, 대부분 우울증 겪어
장애인에게 부모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삶의 연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부모는 "소원은 자녀보다 하루 더 오래 사는 것"이라고 말하며, 우울감을 극복하면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반면 일부 부모들은 우울감 속에 방치되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치유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부모연대의 대부분 부모들은 한 번쯤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설이나 제도가 양산시에는 없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부모연대 회원은 "누군가와 고민을 나눌 창구가 없어 부모연대에 오게 됐다. 여기서는 자녀의 연령대나 발달 단계에 따라 비슷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부모연대든 다른 기관이든, 부모들이 치유받을 수 있는 제도와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 양산시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은 시설 또는 등·하교 동행과 돌봄 때문에 자신이 병원에 갈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돌봄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미루는 일이 빈번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부모만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치료 기간 동안 자녀를 돌볼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 부담도 크다.
■ "위험군 장애인 가정 적극적인 조사 필요"
부모연대는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가 협력하여 위기 사례 가정을 발굴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극단적인 위험에 처한 가정 2곳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두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부담으로 인해 부부간의 관계가 악화되었으며, 부모들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모연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고, 위기 가정을 사전에 발굴하여 돕고자 한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 내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실질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이며, 실태조사의 어려움과 제한적인 인원 문제를 호소했다. 한편 2025년 1월 기준 양산시의 장애인 수는 1만7477명으로 전체 인구의 4.86%를 차지한다. 이를 단순히 한 가정에 한 자녀로 계산했을 때, 양산시 장애인 부모 및 보호자는 약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애인부모 지원체계·소통창구 필요"
▶ 부모연대 양산시지회에 대해
부모연대는 '당신 곁에 부모연대'라는 모토 아래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를 고려하여 양육자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이 경제적 및 심리적 자립을 이루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부모연대 임원 전원이 장애인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또 부모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양육자, 직장인 등으로 구성해 집단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마들 간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 등도 지원하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공동체 정신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밝혀진 부모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은 발달장애인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정책 마련입니다.
▶ 운영에 어려운 점은?
양산시는 장애인 부모들이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생 문제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발달장애인 민관협의체'를 통해 분기별로 시장 및 시의원과 장애인 부모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며 문제를 빠르게 반영하고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잘 운영되던 민관협의체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해체됐습니다. 하루빨리 소통창구의 재건이 시급합니다.
현재 가족지원 보조금이 사업 운영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직원 임금 지급과 기존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과 인력 충원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실정입니다. 과감하게 말하자면 두 배의 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장애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사업 안정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 추진 및 인력 보강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시에서도 다양한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단발성 지원금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 후원은 얼마나 되는지?
최근 익명의 독지가가 1천만원을 기부해 주셨고, 기부금으로 장애인부모들이 두 차례 힐링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날 한 회원이 남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회원은 "우리 아이 더 잘 챙겨야겠다"라고 했습니다. 익명의 독지가분도 분명 보람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 기관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탓에 다른 장애인 관련 기관보다 기부금이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기부한 금액과 회원들의 회비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며 운영 중입니다. 기금은 비영리법인 단체인만큼, 오로지 장애인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 장애인 부모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장애 가정의 존속살해와 죄책감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양산시에서 발생한 적은 없지만, 양산시는 장애인구와 가정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은 비교적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인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돌봄에 대한 정신적인 압박과 우울증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절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심리적 치유와 현실적인 지원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사원문-양산신문(https://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 idxno=115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