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립을 위한 작은 한걸음 소통

〔더인디고〕“어떤 남자가 계속 따라오는데 어떡해요?”
작성일
|
2025.07.07
조회수
|
99
작성자
|
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어떤 남자가 계속 따라오는데 어떡해요?”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여성 사진.스토킹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대비와 지원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스토킹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대비와 지원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픽사베이
  • 스토킹 범죄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대책은?
  • 장애여성은 비장애여성보다 스토킹 범죄의 위험에 더 노출될 수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희숙(가명) 씨는 야근을 하고 늦은 시간 귀가를 위해 지하철을 탔다. 피곤함에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어느 순간부터 희숙 씨가 타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어떤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다. 희숙 씨는 곧 한 남자가 이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윽고 집이 있는 역에 도착해서 희숙 씨가 지하철에서 내리자, 희숙 씨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남자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내렸다. 그 남자는 지하철을 내린 곳 바로 근처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되는데, 굳이 휠체어를 탄 희숙 씨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러 왔다.

공교롭게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희숙 씨와 그 남자뿐이었다. 희숙 씨는 불안함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싶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휠체어를 탄 희숙 씨는 역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희숙 씨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두 사람만 타게 되자, 남자가 희숙 씨에게 물었다.

“이 동네 사세요?”

희숙 씨는 대답하고 싶지도, 그 남자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무시한다고 뭐라 할까 봐 마지못해 “네”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자신도 이 근처에 산다며 희숙 씨가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희숙 씨는 지하철 역을 나와서도 계속 이야기하며 따라오는 남자의 존재 때문에 바로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동네를 빙빙 돌며 어떻게든 남자를 떼어 내려고 했지만, 남자도 끈질겼다.

하는 수 없이 희숙 씨는 동네 파출소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고, 그제야 남자는 사라졌다.

희숙 씨는 “그날은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집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줘서 아무 일이 없었지만,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다”며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집 건물의 공동 현관을 들어가거나 하는 과정이 민첩하지 않으니까 위험하게 느껴져서 밤늦게 외출도 못하겠다”고 무겁게 말했다.

이어 희숙 시는 “사실 스토킹에 대한 처벌법이 따로 있지만, 장애여성에 대한 매뉴얼은 아직 부족한 실정인 것 같다”면서 “장애여성은 비장애여성보다 훨씬 더 스토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과 처벌 기준 강화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장애여성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여성이 장애유형에 따라 스토킹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에서는 장애여성의 장애를 고려하여 어떤 지원을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희숙 씨는 “스토킹 범죄와 장애를 굳이 연결짓자면 비장애여성들이 스토킹으로 인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겪는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장애여성도 스토킹 범죄의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원체계와 처벌 기준이 꼭 제대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