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립을 위한 작은 한걸음 소통

〔더인디고〕전문강사를 양성한다면 장애감수성에 대한 ‘전문’ 감수성 필요
작성일
|
2025.09.19
조회수
|
37
작성자
|
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전문강사를 양성한다면 장애감수성에 대한 ‘전문’ 감수성 필요

한국장애인개발원 제7기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집합교육 교재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제7기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집합교육은 장애감수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박관찬 기자
  • 장애유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교육과정 아쉬움
  •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는 장애감수성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제7기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집합교육의 중간평가가 지난 12일 마무리되었다. 중간평가는 그동안 집합교육을 함께 들은 교육생들이 강사로서 어떤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교육생들은 7분짜리 강의를 준비해서 시연하고, 3분 동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평가 이전까지는 7기 교육생 전체가 한 공간에서 교육을 들었지만 중간평가는 두 개의 반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기자는 그동안 집합교육을 맨 앞자리에 앉아서 들었기 때문에 어떤 교육생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평가에서 기자가 속한 1반에 있는 교육생들을 보면서 중간평가 이전까지의 집합교육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7기에는 장애를 가진 교육생들이 다수 있는데, 중간평가를 위해 기자가 속했던 1반에는 시각장애인이 몇몇 있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교육생들이 나와서 시연을 할 때마다 그동안 이들이 시각장애로 인해 얼마나 집합교육에 잘 참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집합교육에서는 QR코드가 정말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집합교육은 매주 그날의 교육이 끝나면 항상 만족도 조사를 가졌는데, 교육장 앞의 스크린에 가득 찰 만큼 큰 QR코드를 띄운다. 핸드폰 카메라로 해당 QR코드를 스캔하면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가 생성된다. 시각장애가 있으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지만 QR코드를 스캔할 수 있고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QR코드는 만족도 조사뿐만 아니라 집합교육에 출강한 몇몇 강사들도 교육 중간에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교육 중 어떤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고 하는 강사는 그 문제가 있는 곳을 공유하기 위해 QR코드를 스크린에 띄웠다. 그런데 QR코드를 스캔해서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만족도 조사를 할 때처럼 바로 문제가 나오는 게 아니라, 교육생이 직접 손으로 화면을 움직이면서 문제가 있는 위치를 찾아야 했다. 시각장애인, 특히 전맹인 경우에는 혼자서 하기 어려운 행위다.

또 중간평가를 받은 1반의 교육생 중에는 팔에 장애가 있는 교육생도 있었는데, 그 교육생의 시연을 보면서 ‘색종이접기’를 했던 강사가 떠올랐다. 집합교육에 출강했던 한 강사는 교육생들에게 색종이를 한 장씩 나눠준 뒤,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은 다음 특정 부위를 찢는 내용의 수업을 했다. 팔에 장애가 있는 교육생은 함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집합교육에 출강한 강사들은 각자 교육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전문가로서 섭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사가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교육자료를 미리 공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바로 교육생들의 장애를 고려한 교육 커리큘럼이다. 교육생 중에 시각장애인이 다수 있다는 것을 강사에게 공유했다면, 적어도 강사는 시각장애가 있는 교육생을 고려하여 QR코드나 손으로 화면을 보면서 움직여야 하는 교육 방식은 지양했을 것이다.

이 집합교육에 참여하면서 가장 아쉽게 느꼈던 부분은 ‘장애인 편의제공’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교육생이라면 교육과정의 이수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장애인 편의제공인데, 집합교육을 시작하기 전 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에이디링크연구소가 교육생들에게 발송한 전체 메일에는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내용이 단 두 줄로 나와 있었다.

“장애인 편의제공이 필요한 경우, O월 O일까지 신청”

해당 내용에 따라 장애인 편의제공이 필요한 교육생은 무슨 장애가 있고 어떤 편의제공이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이 방식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집합교육의 이수과정이나 교육 운영방법, 점심식사, 출입증 받는 방법 등이 상세하게 안내된 것에 비하면 정말 심플하게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실시되었던 중간평가 과정에서도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안내는 ‘구두’로만 이뤄졌다.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안내를 중간평가 직전 교육일에 이뤄졌는데, 중간평가 발표순서는 그보다 앞서 이미 교육생들에게 메일로 안내가 되었다. 모든 교육생이 7분이라는 시간 안에 강의 시연을 해야 하는데, 언어장애나 뇌병변장애 등으로 인해 시연 시간의 연장을 필요로 하는 교육생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7기까지 전문강사를 운영해왔다면 그만큼 모든 장애유형을 고려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누구도 배제되지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과정을 구축하여 훌륭한 전문강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4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