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형상화해 지역 대표 먹거리로 탄생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200박스
가맹점 확대 등으로 자립 기반 확산 목표

조성진 경남한우리 이사장이 벚꽃구운찰떡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조성진 경남한우리 이사장이 벚꽃구운찰떡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창원의 시화 ‘벚꽃’을 품은 특별한 떡이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경남한우리가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만든 ‘벚꽃구운찰떡’이 그 주인공이다. 떡 한 조각에는 맛있는 간식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한 사람의 오랜 꿈과 헌신이 오롯이 담겨있다.

벚꽃구운찰떡은 창원 지역에서 나는 찹쌀에 우유, 계란, 버터 등을 넣어 만든 반죽으로 완성된다. 건강을 생각해 가운데에는 고소한 헤이즐넛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특히 ‘찌는’ 방식 대신 오븐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독특한 식감을 자랑한다. 맛은 팥, 흑임자, 딸기 세 가지로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겨냥했다. 5월 출시한 신제품이지만 그새 입소문을 타며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이 찰떡에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조성진 이사장의 오랜 꿈이 담겨 있다. 조 이사장은 1987년 후천적 장애를 얻었고, 이듬해 장애인단체 활동을 시작하며 열악한 현실을 직접 마주했다.

“추운 겨울 난방비를 아끼려 이불을 겹겹이 덮거나, 영정사진 하나 없이 세상을 떠나는 장애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들이 구두닦이 같은 일이 아닌 깔끔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장애인들이 소자본으로 창업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 됐습니다.”

경남한우리가 생산하는 벚꽃구운찰떡. /경남한우리
경남한우리가 생산하는 벚꽃구운찰떡. /경남한우리

그는 1996년 도내 최초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체인 ㈜한마음을 세웠다. 다만, 주식회사로는 사업 영역에 한계를 느꼈고, 2022년 다시 비영리 사단법인 ‘경남한우리’를 설립했다. 이후 인쇄업, 청소·건물관리 등을 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식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첫 도전은 찹쌀 꽈배기 사업이었다. 장애인을 비롯해 보육원에서 막 퇴소한 청년과 탈북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시간에 달하는 반죽 숙성 시간과 이틀을 넘기기 힘든 짧은 유통기한 탓에 갑작스러운 대량 주문에 대응할 수 없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한 손님이 가져온 ‘벚꽃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원의 새로운 대표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제주엔 오메기떡, 경주엔 경주빵이 있는데 창원에는 내세울 만한 대표 음식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타지에 있는 분들이 벚꽃구운찰떡을 먹으면서 고향 창원을 추억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조 이사장은 1800만 원을 투자해 벚꽃 모양 틀을 제작하고 특허까지 등록했다. 오븐은 불빛과 소리 알림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해 청각·시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재 10여 명의 장애인이 포장 등 생산 과정에 함께하며 자립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한 맛’이다. 현재 팥 앙금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다. 국내산 팥으로는 원하는 맛을 내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워 앙금은 부득이하게 외국산을 쓴다.)

“음식을 만들 때 내 손주한테도 먹일 수 있을 만큼 안전하게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팥 앙금까지 국내산 농산물로 만들어 건강한 특산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봄 진해 군항제에서는 관광객이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서 선물용으로 구매를 요청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판매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은 1200박스를 넘어섰고, 올 연말까지 3000박스 이상 판매를 기대한다. 지난달에는 그 가치와 성장성을 인정받아 출시 4개월 만에 창원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당당히 선정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장애인들이 커피와 제과·제빵을 배울 수 있는 교육장으로 이 사업장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해썹(HACCP) 인증 공장을 설립해 온라인 판로를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경남 18개 시군에 모두 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맹점을 열어 장애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기사원문-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 idxno=946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