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길고 길었던 추석연휴 마지막 날.
8명의 발달장애인분들과 나의 죽음을 상상하고, 미리 준비하고자 1박 2일 간의 <엔딩캠프>를 진행했다. 캠프라는 이름을 들으면 놀고, 먹고, 즐기는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비록 우리는 이틀 동안 죽음을 논하기는 했으나 캠프처럼 즐겁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함께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여럿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나누었기에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캠프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공간을 빌려 내가 사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죽음은 특정한 장소가 아닌, 내 일상과 삶 속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상상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첫 날 오후 동안 밀도있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쓰고, 말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꾸렸다. 누군가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짓고, 누군가는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에게 잊혀질까봐 두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남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며 사람들에게 사랑표현을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전하고, 봉사와 기부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추기도 했다.

저녁식사에도 '죽음'의 의미를 담았다. 내 삶의 마지막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크림파스타, 라볶이, 누룽지탕, 된장찌개, 소고기볶음밥, 새우구이, 오므라이스, 고추장찌개.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나에게 대접하니 나를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닌 나를 귀하게 여기는 작품으로서의 음식이었다. 평소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 잘 죽기 위한 존재로 여겨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새벽까지 수다를 떨고, 가볍게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했다. 나중에 나이들어 외롭지 않게, 함께 늙어가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튿날 오전, 캠프를 마무리하는 시간. 캠프를 마치는 소감을 나누고 꽃편지지에 나의 남은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적어 물에 곱게 띄웠다. 서로의 소감을 나누고 다음 캠프를 기약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마음을 가볍게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싱잉볼 명상까지 하고 나니, 1박 2일의 여정이 남은 삶의 무게를 많이 덜어줄 수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슬펐어요"
"저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요. 죽어서도 괴롭기는 싫으니 제 장례식에는 꽃을 두지 말라고 미리 말할래요"
"살면서 봉사활동, 기부도 많이 하다가 죽고 싶어요. 제 묘비에는 살면서 봉사활동한 시간이 쓰여지면 좋겠어요"
"제가 죽고나면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지 않겠죠? 저를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사는 동안 고생 많았어 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어요"
삶의 끝을 상상함은 지나온 아픔을 비워내는 일이자, 남은 삶을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당사자분들과 삶의 끝을 그려낼 수 있기를 바라며, 엔딩캠프의 첫 행보를 마무리한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49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