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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쓰레기 버리는 건 혼자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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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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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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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동료상담가

 “쓰레기 버리는 건 혼자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이나 분리수거하는 곳의 장애인 접근성이 열악한 경우,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나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해주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분리수거 쓰레기장 사진
쓰레기 버리는 곳이나 분리수거하는 곳의 장애인 접근성이 열악한 경우,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나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해주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박관찬 기자
  • 쓰레기 버리거나 분리수거하는 곳의 장애인 접근성
  • 누군가가 올 때까지 쓰레기 못 버리는 경우도 있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민경(가명) 씨는 활동지원사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동안 집에 있으면서 오랜만에 직접 요리와 청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양의 쓰레기가 모아졌다. 쓰레기를 모아서 현관 쪽에 뒀다가 월요일에 활동지원사가 출근하면 버려 달라고 부탁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냄새나는 쓰레기를 그냥 두기 거북한 마음에 민경 씨가 직접 버리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고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갔던 민경 씨는 당황했다. 쓰레기봉투를 둬야 하는 곳이 어느 정도 성인의 키가 되어야만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높아서 휠체어를 탄 민경 씨가 직접 쓰레기를 버리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 보려고 하기엔 길이 너무 울퉁불퉁하고 좁아서 어떻게든 들어가더라도 휠체어를 되돌려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민경 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꼼짝없이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가지고 와야 될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보시고 대신 쓰레기를 버려 주셨다”면서 “그동안 쓰레기를 활동지원사가 버려 주셔서 접근성이 어떠한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의 장애인 접근성이 너무나도 열악하다는 걸 느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경 씨는 다시 집으로 와서 이번에는 분리수거할 것들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쓰레기 버리는 곳과 다른 장소에 있는 분리수거하는 곳으로 향한 민경 씨는 그곳에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리수거하는 곳이라 공간이 어느 정도 넓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휠체어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도 공간이 너무 협소했던 것이다.

민경 씨는 “쓰레기 버리는 것 정도는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쓰레기 버리는 것도 누군가에게 부탁이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쓰레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건데, 어찌 보면 장애인은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러 올 때까지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를 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민경 씨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에서 지체장애가 조제는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에 이웃 아저씨를 들인다. 혼자 사는 조제를 지원하기 위해 주민센터 직원이 한번씩 장을 봐서 와주지만, 쓰레기차는 주민센터 직원이 퇴근한 뒤에 오기 때문에 쓰레기 버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이웃 아저씨가 쓰레기를 버려주는 대신 조제는 이웃 아저씨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민경 씨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하는 곳은 처음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고려할 텐데, 장애접근성은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 같다”면서 “특히 오래된 곳일수록 길도 험하고 장애인이 혼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장애인도 혼자 쓰레기 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민경 씨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인력이 활동지원사인데, 쓰레기 버리는 ‘행위’까지 그런 영역으로 생각하기보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가지면 어떨까 한다”면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하는 곳의 장애접근성을 개선하고 활동지원사나 누군가로부터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하는 요령을 배운다면 장애인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몇몇 지역을 조사해본 결과, 큰 아파트 단지나 번화가의 경우에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하는 곳의 장애인 접근성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반면 오래된 아파트 단지나 외진 지역일수록 공간이 협소하고 장애인의 접근에 불편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 응한 다섯 명의 장애인은 쓰레기 버리는 것과 분리수거를 활동지원사에게 맡긴다고 답변했다. 그중 시각장애인은 활동지원사가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에 대해 “분리수거하는 곳에 점자 표시가 없어서”, “쓰레기 버리는 곳에 제대로 버렸는지 확인이 어려워서”라고 답변했으며, 뇌병변장애인은 “혼자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를 하러 다녀오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고 답변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4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