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휠체어 이용자는 뷔페 음식을 직접 접시에 담기 어려워
- 뷔페나 편의점 등 당연한 일상을 장애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은영(가명) 씨는 올해 야심차게 진행했던 모임이 마무리되면서 뒤풀이로 큰맘 먹고 뷔페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은영 씨가 뷔페 식당에 방문하는 건 햇수로 따지면 10년 만이다. 그만큼 오랜만에 방문하기 때문에 은영 씨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모임 구성원들과 함께 뷔페 식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도착한 뷔페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은영 씨를 비롯해 모임 구성원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음식들이 있는 곳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은영 씨가 ‘직접’ 음식을 접시에 담기에는 너무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은영 씨는 모임 구성원들이 알려주는 음식 이름을 들으며 그들이 접시에 덜어주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은영 씨는 “10년 전에도 그동안 가본 뷔페 식당 대부분의 음식 두는 곳 높이가 높아서 혼자 음식을 담기가 어려웠다”면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으니까 (뷔페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하며 어떤 작은 기대를 하고 방문했는데, 10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빵집에 가 보면 여러 종류의 빵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제가 원하는 빵을 직접 접시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괜찮았다”면서 “이렇게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음식을 직접 담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할 텐데, 왜 많은 시간이 흘러도 뷔페 식당은 변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은영 씨와 함께 모임에 참여했던 구성원 A 씨는 “대법원에서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지 않은 편의점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판결이 내려진 지 1년이 되어 간다”면서 “하지만 뷔페 식당은 고사하고 은영 씨와 같이 다니다보면 그 흔한 편의점조차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 허다하다”고 경험을 전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장애인의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처음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1층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급히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편의점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으면 휠체어 이용자는 들어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계단이나 턱이 없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소규모의 편의점은 휠체어가 이동할 경로조차 충분하지 않다.
은영 씨는 “편의점에 못 들어가고, 들어가더라도 진입이 어렵고, 뷔페 식당에서 음식을 직접 접시에 담기 어렵다는 건 장애인이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혼자 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이런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동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게 바로 장애인 차별이다”고 강조했다.
A 씨도 “은영 시가 10 년만에 뷔페 식당을 방문했는데도 변하지 않은 거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10년이 아니라 20년, 30넌,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장애인이 기본권을 눈치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지, 이젠 대법원 판결도 난 만큼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서울시의 편의점 다섯 곳을 직접 방문해본 결과, 1층에 위치한 편의점 다섯 곳 중 두 곳은 휠체어 진입은 가능하지만 내부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편의점 내 이동이 불가능했다. 나머지 세 곳의 편의점은 1층에 있는 대형 편의점인데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휠체어의 접근이 어려웠다.
은영 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담는 것과 사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을 골라서 결제하는 건 제가 직접 할 수 있는데, 환경이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하더라도 정말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절실한 책임감을 느끼고 애써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5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