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의 본질은 질병의 치료를 넘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의료행위가 단지 기술의 수행에 머무를 때, 그 안에는 인간의 고통과 존엄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게 된다. 돌봄은 의료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부속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관계의 윤리를 전제로 하는 중심적 가치이다. 치료가 신체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면, 돌봄은 삶의 지속과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지켜내는 실천이다. 따라서 보건의료에서의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이며, 의료인이 성장하는 가장 본질적인 배움의 과정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보건의료교육은 여전히 기능 중심, 기술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학적 지식의 축적과 숙련된 기술의 습득은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인간의 고통에 응답할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의 신체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 심리적 불안, 관계적 상처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다. 돌봄을 교육한다는 것은 이러한 인간 이해의 감각을 길러내는 일이다.

의료의 역사 속에서 장애인은 오랫동안 치료와 관리의 대상이었다. 의료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규정하고, 교정과 재활의 대상으로 접근하였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은 의학적 진단명으로 환원되었고, 그들의 감정과 삶의 맥락은 교육과 임상현장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낸 제약의 결과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돌봄의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억압의 구조 속에서 이해하며,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은 ‘치료’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환은 보건의료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 돌봄 교육은 신체기능의 회복보다 삶의 질과 자율성, 그리고 관계의 윤리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도와야 할 존재’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인식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한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윤리와 전문성의 핵심이다.

돌봄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체험과 성찰을 결합한 교육이다. 학생들이 장애인 당사자와 만나고, 병원학교나 재활센터 등 실제 현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함께 경험할 때, 돌봄의 의미는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이해된다. 휠체어를 밀며 좁은 병원 복도를 이동하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함께 겪는 순간, 의료인은 비로소 ‘환자’가 아닌 ‘사람’을 본다. 이러한 학습은 봉사나 실습의 차원을 넘어, 관찰–성찰–대화–실천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배움의 과정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타인의 아픔을 해결하려는 전문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감수성을 회복하게 된다.

장애인의 돌봄은 한 직종이나 학문 영역에만 속하지 않는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해야만 진정한 돌봄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건의료교육은 다학문적 협력을 전제로 한 통합적 교육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병원생활을 중심으로 의료적 진단과 교육적 지원, 사회적 재활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사례기반 수업이나, 복합장애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목표로 한 시뮬레이션 학습은 협력적 돌봄의 실제를 가르치는 좋은 예이다. 이러한 과정은 의료인의 전문성뿐 아니라, 관계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체득하게 한다.

보건의료교육에서 돌봄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의료인은 환자의 질병을 다루는 전문가이기 이전에,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동반자이어야 한다. 환자와 그 가족의 두려움, 불안, 상실, 희망을 함께 바라보는 시선 속에 돌봄의 본질이 있다. 장애인을 환자로만 규정하지 않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의료인의 윤리적 출발점이다. 돌봄을 가르친다는 것은 봉사정신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학습하는 일이다.

보건의료인의 전문성은 지식과 기술의 축적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깊이,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려는 책임의식 속에서 완성된다. 돌봄 교육은 이러한 인간 이해의 감수성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의료인이 환자의 병뿐 아니라 그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료는 인간의 학문이 된다. 돌봄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배움이며, 그 배움이 바로 보건의료교육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다.

결국 돌봄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타인의 취약함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마음이 의료인의 품격을 결정한다. 보건의료교육은 이러한 인간 이해의 감수성을 길러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돌봄을 배우는 일은 곧 인간을 배우는 일이며,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이야말로 의료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따라서 보건의료에서의 돌봄은 기술의 훈련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 그 자체이다. 그것이야말로 보건의료의 본래적 가치이며, 한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를 가늠하게 하는 윤리적 기준이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5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