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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시각장애인에게 버스 정류장은 ‘섬’처럼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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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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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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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에게 버스 정류장은 ‘섬’처럼 느껴질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이 양쪽 도로의 인도에 있지 않고 도로의 중앙 부분에 따로 있는 경우, 해당 버스 정류장은 주변이 도로로 되어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에게는 섬처럼 느껴질 수 있다. 버스 정류장 사진
버스 정류장이 양쪽 도로의 인도에 있지 않고 도로의 중앙 부분에 따로 있는 경우, 해당 버스 정류장은 주변이 도로로 되어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에게는 섬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박관찬 기자
  • 도로로 둘러싸인 버스 정류장 디자인이 물로 둘러싸인 육지인 섬과 비슷
  • 이런 버스 정류장에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접근성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버스정류장이 섬 같아요.”

시각장애가 있는 A 씨와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선한 표현을 들었다. 버스 정류장이 섬 같다니?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섬(island) 말이다. 처음에는 버스 정류장을 왜 섬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A 씨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통 도로의 중앙선을 기준으로 서로 반대되는 차선과 횡단보도가 있다. 많은 횡단보도는 인도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인도까지 이어져 있다. 그런데 제법 크거나 교통편이 복잡한 도로의 경우,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어느 순간 옆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다. 반대편 인도 끝까지 가지 않고 방향을 틀고 걸으면 도로의 일부가 아닌가 하여 위험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간에 방향을 틀어 걸어간 곳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섬이 물로 둘러싸인 육지인 것처럼 A 씨가 생각한 버스 정류장은 도로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섬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A 씨는 “사실 그런 섬처럼 된 버스 정류장이 있는 도로로는 버스만 다니니까 어찌 보면 도로를 정말 촘촘하게 디자인해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도로 중앙에 그렇게 섬처럼 해놓으니까 인도의 폭이 너무 좁아서 시각장애인이 걸어다니기엔 위험한 경우가 많더라”고 우려했다.

이어 A 씨는 “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서 있더라도 타야 하는 번호의 버스가 지하철처럼 제 바로 앞에 와서 선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다른 버스가 먼저 오면 제가 타야 하는 버스는 뒤에서 대기하게 되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버스 번호 확인이 어려운데 인도의 폭도 너무 좁아서 버스 확인을 하기가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지하철의 경우 스크린도어 앞에 서 있으면 도착한 지하철이 정확한 위치에서 문이 열린다. 하지만 버스는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 정확히 서지 않을 수도 있고, 버스 정류장으로 한꺼번에 여러 대의 버스가 진입할 경우 한 박자 늦게 들어온 버스일수록 뒤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시각장애인이 혼자라면 빠르게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런 시각장애인에게 섬처럼 된 버스 정류장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의 인도 폭도 좁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버스가 오는 도로가 아닌 버스 정류장 바로 뒤로도 차들이 다니는 도로로 되어 있으니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다.

A 씨는 “요즘은 버스도 지하철처럼 어플이 좋아진 걸로 아는데, 버스는 지하철과는 다르게 교통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으니까 시각장애인이 혼자 이용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또 제가 섬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버스 정류장이 인도에 있기도 하고 섬처럼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시각장애인은 이런 버스 정류장의 정확한 위치 구분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 씨에 의하면, 버스 정류장이 섬처럼 된 곳을 다니면서 위험한 적이 몇 번씩 있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섬처럼 된 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되는 지점에서 유도블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버스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인도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도로까지는 신호등이 없는 바람에 차가 오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우니까 무턱대고 건너기 어려운 횡단보도도 많다고 한다.

A 씨는 “도로 중앙에 섬처럼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놓으면 버스와 버스가 아닌 차들이 구분해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는 운전하기 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의 안전도 고려하는 디자인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5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