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필자는 얼마 전 10주에 걸쳐 장애인복지 현장동료들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죽음교육' 을 주제로 학습하는 클래스를 운영하였다. 전국에 있는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학부모, 시민옹호인 9명이 함께 매주 토요일 오전 비대면 모임을 가지며 각자의 위치에서 가진 '발달장애인' 과 '죽음' 에 대한 화두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미 당사자의 죽음을 목도한 거주시설 시설장님이 계셨고, 발달장애인 전문요양원 설립을 준비 중이신 시설장님도 계셨다. 또한,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와 죽음, 작별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부모님도 계셨기에 우리는 폭넓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발달장애인과 죽음을 나누는 법' 을 공유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함께 나눈 내용은 '사회적 재난을 발달장애인과 나누는 법', '상실과 애도를 발달장애인과 공유하는 법', '노년기 발달장애인의 기여하는 삶을 위한 지원' 등 다양하고 포괄적이었다. 매주 주제별 과제를 작성하고, 우리의 과제를 발표하며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실제 우리가 현장에서 함께하는 당사자를 염두에 두고 고민한 흔적을 과제물에 담아냈다.
그 중 가장 의미있던 내용은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전장례의향서' 만들기 시간이었다. 사전장례의향서란, 내가 죽은 뒤 나의 장례절차와 방법을 미리 정해놓고 유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자료를 의미한다.
실제 웰다잉 교육시간에 참여자들이 나의 장례식 모습을 상상하면서 작성하곤 한다. 하지만, 장례관련 용어가 매우 어렵고 복잡한데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에 발달장애인들이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우니 발달장애인들을 배제할 수는 없는 법.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발달장애인용 사전장례의향서' 를 만들고 공유해보았다.



다양한 시설, 위치에서 일하는 만큼 다양한 양식으로 '사전장례의향서' 가 제작되었다. 우리는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보완할 점과 수정할 부분을 찾아 하나씩 비우고 채워갔다.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아직은 좁고 나침반 없는 길처럼 보이지만 길이 없지는 않다. 여기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해야 한다.
※기사원문-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223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