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역 내 사례가 없다거나 예산이 없다는 변명만
- 국민의무교육인데 학습권 보장되지 않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청주시에 거주하는 A군(8)은 감각신경성난청으로 중증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어 일반학교에 입학한 A군은 청각장애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업 참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소통 방법으로 수어를 많이 사용하는 A군에게는 수업시간에 수어통역사(특수교육실무원) 배치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A군의 어머니 강빛초롱 씨가 문의해본 결과 청주교육지원청은 충청북도 내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사례가 없고 예산 부족으로 인해 불가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도 문의했지만 모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말뿐이었단다.
강 씨는 “청각장애인은 겉으로 보기엔 비장애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소음이 있는 교실 환경에서는 수어통역, 문자통역, 청력보조시스템(ASL) 없이는 수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공개 수업에서 아이는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업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강 씨는 “비장애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있다고 판단해서 일반학교 진학을 결정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일반학교에서 완전통합을 하며 더디더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집에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등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 말고는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장애감수성에 대해 아무리 가르치고 설파한들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판했다.
강 씨에 의하면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청각장애학생에게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여 성공적인 통합교육 사례를 만들었고,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도 2025학년도부터 수어통역사 배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인근 지역에 이미 충분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주교육청은 지역 내에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수어통역사 배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A군의 사연을 접한 특수교사 B 씨는 “개학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면서 “국민의무교육인데 교육청에서 예산이 없다거나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장애학생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B 씨는 “장애학생이 통합학급에 있으면 그 학생이 어떻게 하면 비장애학생과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건 학교와 교육청의 당연한 의무”라며 “시각장애학생에게 맞는 도서 제공, 청각장애학생에게 통역지원인력 제공, 휠체어이용 학생에게 높낮이 맞는 책상 배치, 발달지연학생에게 쉬운 학습지 제공 등 모두가 함께 고민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강 씨는 A군의 상황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을 넣었으며, 1)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수어통역 등) 제공 시정 권고, 2) 실태조사 및 장애학생 지원 미비 점검, 3) 청각장애 인식개선교육 권고를 요청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강 씨는 “청각장애학생이 수업내용 때문에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면서 “이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청각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사원문-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3471)
